아침부터 함박눈이 내렸다.
2023년에 마침표를 찍기 전 일 년을 돌아보게 하려는 걸까?
수고했다고 잘 살았다고 눈 꽃을 뿌려주는 걸까?
지나간 일은 잊고 새 마음 새 다짐으로 2024년을 계획하라고 흰 도화지를 만들어주는 걸까?
한해 끝자락에 내리는 눈을 보니 역시나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눈이 내리지 않아도 손으로 글적이며 한해 돌아보기 바쁜데 눈까지 덤으로 내려주니 눈 멍하며 본격적으로 지나온 시간들을 더듬어 본다.
올해 나는...
1. 울산에서 돌아와 경기도 우리 집에 정착했다.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했고, 나도 익숙한 동네서 암경험자이자 주부로 사는 일상에 적응했다.
남편과는 주말부부로 지내며 애틋함과 배려심이 급상승했다.
2. 근력운동을 시작하며 골다공증 약을 끊고
규칙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려 운동하기 시작했다.
친구들도 사귀었다.
3. 무엇보다
추석연휴 이후 브런치 글쓰기를 시작했다. 3개월이 지났다.
일기장에서 과감히 벗어나 일상을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암경험자의 이야기를 쓰겠다던 목표를 이루었다. 머릿속에 두리뭉실 떠다니던 생각에 생명력을 불어넣
어 나만의 글로 표현하는 일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읽고, 생각한 것
을 글로 표현해야겠다는 다짐뿐이다.
시작하기도 어렵지만, 시작보다 더 어려운 건 운동도 글쓰기도 꾸준히 해야 한다는데 있다. 습관처럼 꾸준히 하는 힘이 필요하다. 버티는 게 아닌, 즐겁게 꾸준히 하는 일상을 다행스럽게도 살고 있다.
브런치 작가님들을 글로 만나면서 다양한 인생경험과 생각을 배울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얻게 되었다. 생각지 못한 글감과 표현력에 놀라고 또 놀란다. 직접 얼굴을 맞댄 적은 없지만, 서로의 글을 읽어주고, 흔적을 남기며 동료애를 느낄 수 있는 묘한 연대 의식이 생겼다. 잘 쓰는 작가는 아니지만, 쓰는 행위를 한다는 것 자체로 함께해서 좋다. 글은 혼자 쓰지만, 공감하고 공감받고, 하루하루 작가님들을 만나 반갑다.
내년에는 독서를 많이 하고 싶다. 좀 더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람도 살짝 남겨본다.
무탈하게, 흔적을 남긴 2023년을 기억 속에 잘 저장한다.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내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그리고 작가님들께 감사합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