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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의 별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65

by 태화강고래

2024년 새해가 된 지 며칠이 지났다. 타종소리를 들으며 소원을 빌고, 계획을 세웠다. 특별하지 않은 계획이지만 작심삼일의 늪에 빠지지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나에게 딸이 말했다.


"엄마, 아이브의 안유진이 노래 부른 디즈니 영화 보러 가요."

"좋아, 엄마도 디즈니 영화 좋아해. 오랜만에 가 보자."


새해 첫 주말, 그렇게 처음으로 딸과 둘만의 영화관 데이트를 즐겼다. 며칠 전 개봉한 디즈니 영화 "위시(This Wish)"였다. 월트 디즈니 100주년 기념작이라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1937년 개봉한 백설공주를 시작해서 인어공주(1989년), 미녀와 야수(1991년), 알라딘(1992년), 라이언킹(1994년), 포카혼타스(1995년), 뮬란(1998년), 겨울왕국(2014년), 모아나(2017년)를 보며 나도 성장했다. 소원, 용기, 성장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전달하는 뻔한 디즈니식 전개를 오랜만에 마주하며 잠시나마 생각에 잠겼다.


영화는 주민의 소원을 들어주는 왕이 지배하는 마법왕국에서 일어난다. 마법사 같은 권력자가 소원을 들어준다면 행복할까? 권력자의 의지에 따라 주민의 소원이 이루어지기 하고, 무시되어 버려지기도 한다. 그에 대항하는 똑똑하고 당찬 여자아이는 자신의 소원보다는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마음을 다해, 사랑의 힘으로 용기를 내서 나아간다.


내 소원을 누가 대신 이뤄주길 바라지 않았을까? 그럼 난 무엇을 하고 살아갈까?

누구나 자기만의 소원을 품고,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고, 도중에 장애물을 만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취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는 게 인생이라고 영화는 이야기한다. 뻔한 스토리에 뻔한 동화적인 결말이다. 일상을 살다 성인이 되어 잊게 되는 그 동화 같은 이야기가 삶을 살아가는 별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한다. 내 속의 별이 계속 반짝일 수 있게 가끔 이런 영화를 봐줄 필요가 있다. 옆 좌석에는 우리 모녀보다 30여 년은 더 나이 들어 보이는 모녀가 다정하게 영화를 감상하고 있었다.


비록 소원을 빌고 노력해도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는 현실이라는 큰 벽이 있지만,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그 벽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꿈을 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가슴 뛰는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누가 대신해 주는 건 없다. 하늘에 있는 별을 보며 꿈을 키우듯, 내 속의 별을 키워가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란 속담이 연상되는 하루였다. 방학이라 아이들 돌본다는 핑계로 느슨해진 나를 다시 돌아보고 마음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을 준 딸에게 고마워했다. 어린 딸은 그저 재미있었다고만 이야기할 뿐, 아직 꿈도 소원도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눈치다. 별 캐릭터만 귀엽다고 할 뿐이다. 나이 든 엄마는 여전히 디즈니 영화를, 시시하다고 재미없다고 할 동화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위시" 가사 중>

코러스 부분


저 하늘 위 별들아 알려줘

모든 두려움 떨쳐 버리게

진정한 소원 나의 힘 된다면

나 주저 없이 앞장설 거야

소원을 빌어

더 나은 우릴 위한 큰 꿈

소원을 빌어

더 나은 우릴 위한 큰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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