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67
겨울방학을 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나름 아이와 의논해서 계획표를 짜고 실천하며 사이좋게 방학을 보내겠다고 으쌰으쌰 하이파이브를 한 게 벌써 일주일 전이다. 시간은 물 흐르듯이 소리 없이 흘러갔다. 물 흐르듯 계획도 흘러가면 좋으련만, 고백하건대 방학 루틴을 굳건히 유지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어른도 어려운데 초등학생에게 바라고 있다.
처음엔 아이의 눈빛에서, 점차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매일 일어나 정해진 공부를 하고, 쉬고, 일주일에 2번 수학학원가는 일이 재미없다고, 힘들다고,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오늘은 대 놓고 "하기 싫어요!"를 입으로 내뱉었다. 나도 모르게 "해야 된다, 습관이 중요하다."라는 레퍼토리를 읊어대기 시작했다. 아차, 아니다 싶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답답할 법도 해서, 서로 감정싸움을 자제하고, 잠깐 기분전환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밖으로 나갔다. 아이의 마음을 설레게 할 만큼의 눈이 다행히 곳곳에 남아 있었다. 특히 탄천길은 눈길과 눈 없는 길로 나뉘어 있었다. 어느새 툴툴거리며 찌뿌둥하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차갑지만 신선한 공기에 내 마음도 진정되었다. 눈덩이를 발견하자 바로 집어 들더니 하트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눈을 뭉쳐 붙이고, 다듬어 깎더니만 완성된 하트를 내 앞에 내밀었다.
"엄마, 내 사랑을 받아주세요!"
그렇게 기분 좋게 하트를 받아 들고, 사진을 찍은 뒤, 목적지인 도서관을 향했다. 도서관 1층 어린이 열람실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아이들이 각자 선택한 만화책, 원서, 그리고 동화책까지 다양한 책을 읽고 있었다. 추운 겨울날, 집안에서 투닥거리기보다 이렇게 집 밖에 나와 도서관에서 책 한 장이라도 읽고 가니 방학의 쓸모가 느껴졌다. 딸아이도 "수학도둑"이라는 학습만화를 찾아와 한 자리에서 두 권을 뚝딱 읽었다. 나도 옆에 앉아 잠시 소설책을 몇 장 읽었다.
걸어 다닐 만한 도서관 근처에 산다는 건 참 축복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읽고 싶은 다양한 책을 볼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오늘처럼 기분전환용으로 들릴 수 있으니 말이다. 손에 든 책의 다음 챕터로 자연스레 넘어가듯, 딸과 나도 집을 나서기 전의 챕터를 덮고 새 챕터로 넘어가 있었다. 일반적인 소설 구성 단계인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처럼 우리의 하루하루도 소설처럼 흘러갔다. 엄청난 위기와 절정의 순간은 없지만, 아이와 거의 종일 붙어있는 방학에는 소소하지만 강한 여운을 남기는 일이 어김없이 생긴다. 웃게 만드는 일보다는 화나고 짜증 나는 일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저 뒹글뒹글 놀고 싶어 하는 아이와 공부든 놀이든 조금이라도 생산적인 일을 하게 만들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매번 충돌한다. 오늘도 부모와 학부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학부모의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그저 서로를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부모가 된다. 슬기로운 엄마가 되기 위해 잠시 쉬었다 간다. 다독이며 집으로 가서 다시 학부모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오늘의 할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그렇게 방학의 하루가 지나간다.
부모와 학부모의 차이점은?
부모와 학부모의 역할은 모두 중요합니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고 나머지를 버리는 게임이 아닙니다.
부모의 사랑으로 아이 마음을 지지하고, 학부모의 관점으로 아이 학업을 뒷받침해 주세요.
스카이버스 (73) 분당강쌤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