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70
명상, 독서, 영화감상, 음악감상...
최소한 30분이라도 하던 일 멈추고 잠시 딴 세상에 다녀오고 싶을 때가 있다. 몸이 있는 공간은 변함없다 할지라도. 설거지를 두고, 잠깐 힐링타임을 가졌다.
캘리그래피를 연습하기 위해 붓을 들었다. 벼루에 먹물을 붓고 붓에 먹물을 적셨다. 화선지를 깔고 교본을 폈다. 붓을 잡고 한 자 한 자 집중해 글씨를 쓰면서 오랜만에 집중했다. 복잡했던 머릿속이 깨끗해졌다. 오래간만에 붓을 잡고 기본 글자부터 연습했다. 가나다를 다시 배우듯이 새로웠다. 교본에 있는 여러 짧은 문장들 가운데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을 골라 쓰기 시작했다. 문구가 맘에 들었다. 처음 하늘을 나는 어린 새의 설렘과 긴장감을 느끼고 싶었다. 집안일에서 벗어나고픈, 새로운 것이 별로 없는 아줌마의 마음에서 탈피해 설렘과 긴장으로 나를 단장하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것 같다. 글자수가 많아 화선지 한 장에 채워지지 않았지만, 쓰고 또 썼다. 1월에는 집에서 연습하느라 강사의 피드백이 없다. 수직, 수평을 만들지 말라는 강사의 지도를 기억하며 자습했다. 꾸준한 연습만이 실력을 향상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느꼈다.
우리 모녀는 따로 또 같이 창작활동에 빠져들었다. 식탁에 자리를 마련해 조용하게 쓰는 나와 달리, 바닥에 상을 펴고 그림을 그리는 딸은 입을 한 시도 다물지 않았다. 재잘대는 어린 새처럼, 딸은 단순한 풍경화를 그리면서도 입으로는 장황한 이야기를 곁들이며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있었다. 참, 수다스러웠다. 수채화 물감을 유화물감처럼 쓰면서 색을 입히고, 또 입히고, 손으로 물을 뿌리기까지 하며 나름 예술가의 포즈를 취했다. 원래 의도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 작품평까지 마쳤다. 웃음이 나왔다. 흰색 종이에 검은색 글자만으로 구성된 내 캘리그래피는 미완성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처음 쓸 때보다는 약간 나아진 정도였다.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쓰는 행위를 통해 힐링이 되었다. 딸은 그림을 완성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힐링타임을 가졌다. 그렇게 1시간을 꼬박 앉아 각자 몰입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서로 추구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우리들은 행복했다. 그거면 됐다.
한석봉의 어머니는 떡을 썰었지만, 나는 글을 썼다. 그리고 딸은 그림을 그렸다. 연관성이 없는 문장들인데, 웃겨서 그냥 써본다. 엄한 엄마가 못 돼서 더욱 그의 어머니를 존경한다.
* 저희 모녀의 힐링타임 결과물입니다. 부족하지만,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