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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인 듯 사춘기 아닌 듯.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82

by 태화강고래

아들과 같이 외식을 하고, 여행을 다녀온 지 꽤 되었다. 핸드폰 갤러리에 저장된 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사진 속 얼굴 좀 봐. 귀여웠는데. 언제 이리 컸어?"

"엄마는 사진 볼 때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똑같은 말만 해."


해가 바뀔 때마다 키가 크고 얼굴 모습이 달라졌다. 아들은 쑥쑥 크고 나는 팍팍 늙었다. 암으로 인한 조기 폐경으로 10년은 남보다 일찍 늙어버린 것 같다. 울산에서 4년 살면서 함께 웃고 먹으며 남해를 여행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 시절 아들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작년에 경기도로 돌아오고 나서 아들은 변했다. 만 12세-16세에 보통 찾아온다는 아들들의 성인으로 가는 터널에 들어선 아들의 신체적 변화는 눈에 띄게 드러났다. 변성기가 오고, 이마에는 여드름이, 키는 170센티에 가깝게 컸다. 몸은 2차 성징이 한창인데, 마음은 아직 짜증을 내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며 감정의 극심한 변화를 겪는 모습은 없다. 여전히 거실에서 동생과 장난치고, 레고놀이를 하며, 게임을 한다. 공부는 자기 방에서 집중한다.

"엄마~" 하고 길고 정답게 불러준다. 역사와 축구 이야기를 하며 대화의 시간도 잊지 않는다.


겉만 어른몸으로 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들인데, 1년 반 만에 여행 가자는 제안을 거절했다.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고작 겨울바다를 보러 강원도에 다녀오자고 했을 뿐인데 예전처럼,


" 가고 싶어요! 갈래요!" 대신 덤덤하게,

" 귀찮아서 안 갈래요."


귀찮다는 말이... 가족과 함께 여행지에 가는 3시간 정도 차를 타는 게 귀찮다니. 가는 재미도, 가서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소소한 재미,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추억을 만드는 시간을 하찮고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렸다. 그 시간에 집에 남아 편히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겠다는 커버린 아들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그저, 올해가 함께 여행 갈 수 있는 끝자락일 거라 예상하며 중학교 입학 전에 기분전환을 시켜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이들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집 아들은 확고했다. 꼭 필요하고, 가고 싶은 곳만 가겠다고 선언하니 생각보다 훨씬 전에 내 품을 떠난 성인이 돼버린 듯했다. 다른 사람의 기분은 맞춰줄 수 있는 성인이 되기에는 아직이지만. 독립된 개인으로 내 앞에 선 아들이 기특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했다. 화려한 벚꽃이 흩날리는 봄의 끝자락에 서 있는 나를 보는 듯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곽윤정 교수가 쓴 "아들의 뇌 : 딸로 태어난 엄마들을 위한 아들 사용 설명서"를 읽으며 아들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사랑하려고 한다. 책이 현실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이해하려는 마음을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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