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연스레 사는 맛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95

by 태화강고래

따뜻한 커피가 절로 생각나는 날씨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오전에 원두를 내려 마신 후인데, 며칠 전 남편이 산 커피믹스가 눈앞에 보였다. 프렌치카페와 투썸이라고 적혀있는 봉지를 보고, 잠깐 망설이다가 물을 끓였다. 기대하며 마신 투썸 믹스커피 한 모금.


"아. 너무 달다."


달달한 모카골드와 화이트골드를 좋아한 적이 있다. 집에서는 엄마와 함께, 회사 탕비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수다를 떨며 마시면 졸음이 싹 가시고 머리가 맑아져 즐겨 마시던 때가 있었다. 가끔 캐러멜 마키아또도 마실 정도로 단맛을 즐기던 내 취향은 갑자기 사라졌다. 단 커피여 안녕... 참을 수 없던 단맛의 유혹은 내게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달달한 커피로부터 해방되었다. 커피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단맛에 목매달지 않는다. 암을 만나고 변했다. 암세포가 당을 먹이로 삼는다는 이야기가 단것으로부터 자연스레 멀어지게 했다.


남편은 2년 전 당뇨를 진단받고 난 뒤, 영양정보를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 남편은 요구르트, 시리얼, 콜라, 믹스커피의 당류를 유심히 관찰한다. 당류 0% 라는 것을 확인하면, 먹고 싶은 욕구를 완전히 억누르지 못하고 조금 먹는다. 그중에서 콜라는 꼭 제로콜라를 고집하며 마신다. 믹스커피도 당류가 0%라고 광고하니 궁금해서 샀다고 했다. 아메리카노를 마시지만, 하루에 한 잔은 단 커피가 당긴다고 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과 함께 대체당을 이용한 가공식품이 주변에 가득하다. 단맛은 강하나 설탕보다 칼로리가 적거나 거의 없고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는 특징덕에 대체당을 넣은 제로식품이 인기다. 제로 콜라, 제로 사이다, 제로 ooo... 마트에 가면 가득하다. 마케팅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과 꿀 같은 천연 감미료와 설탕대체제 감미료를 사용한다고 한다.


감미료.png

https://blog.naver.com/jagabi_223/223027617422


그 이름도 익숙한 스테비아는 설탕보다 200-300배 단맛은 나지만 칼로리가 없고 혈당 걱정도 없는 천연감미료이다. 식물에서 추출되니 다른 감미료보다 친환경적이나, 단독으로 쓰이지 못하고 추가 감미료를 혼합해야 쓸 만하다고 한다. 스테비아 토마토, 수박, 복숭아, 멜론 같이 단맛이 주입된 과일들이 인기다. 내 손으로 사 먹지는 않고 선물로 받아 한 번 먹어본 스테비아 토마토는 내 입에 맞지 않았다. 어릴 적 엄마가 설탕을 뿌려주던 토마토 맛과는 약간 달랐다. 애매한 단맛의 뒤끝으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과일 본연의 맛을 즐기면 되는데, 굳이 달게 변형시켜 소비자가 단맛에 충성하도록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기본 4가지 미각인 단맛, 짠맛, 쓴맛, 신맛을 골고루 느끼며 살기보다 "단짠단짠"을 강조하는 최근 트렌드를 보면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흔히들 당이 부족해, 당이 당긴다라는 말로 단맛을 찾게 된다. 나도 그랬다. 달달한 음료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살아나는 듯했다. 문제는 단맛은 중독성이 강해서 점점 더 자주, 더 강한 것을 원하게 되는 데 있다. 여기에 대체당이 큰 역할을 한다. 당분제로, 저 칼로리라는 포장을 눈으로 읽고 손으로 자주 집어 들게 된다.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아무리 좋은 음식도 과하면 해롭다는 사실 앞에서 대체당이 그저 제로 칼로리니까 괜찮다고 먹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단맛에 길들여지지 말라고 잔소리를 한다. 먹는 것에서만큼은 깐깐하다. 대체당도 당이다. 최소한으로 섭취해야 한다. 자발적으로 애써 소비할 필요가 없다. 암을 만나기 전에, 당뇨를 만나기 전에, 아이들이 단맛을 다스리는 법을 배울 수 있게 옆에서 도와줘야 한다.


사람이든 식품이든 자연스러운 게 좋다. 살아보니 그게 좋다. 속도 마음도 편하니까.






<감미료에 대한 자료이니 참고하세요>

https://www.foodsafetykorea.go.kr/portal/board/boardDetail.do?menu_no=2694&bbs_no=bbs231&ntctxt_no=1079803&menu_grp=MENU_NEW01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