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 오렌지에 마음을 뺏기다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117

Mar 28. 2024

과일값이 금값이라 과일 사기가 꺼려진 지 오래다. 보통 크기 사과 한 개가 3-4천 원이 되면서 사과를 먹는 사람들을 부자라고 할 정도다. 과일값, 특히 사과가 이렇게 금사과로 몸값이 뛴 것을 두고 사과의 배신이니 미친 사과니 하면서 연일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달 사과값 71% 올랐다"…장바구니 물가 '고공행진'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30605657

특히 사과 가격은 1월 56.8% 오른 데 이어 2월엔 71% 올랐다. 이상 기온으로 수확량이 감소한 것이 그 원인이다. 봄철 저온 피해로 착과수가 줄었던데다가 여름철 집중 호우, 수확기 탄저병 발생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생산량이 30% 급감했다. 사과는 검역 문제로 수입이 원활하지 않아 다음 수확 철까지는 사과는 '금값'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다른 과일들의 가격까지 치솟았다. 특히 겨울철 수요가 늘어나는 귤은 1월에도 39.8% 올랐으며 노지 생산량 감소까지 겹치면서 지난달에는 78.1% 급등했다. 배(61.1%)와 딸기(23.3%) 등 다른 과일 가격 역시 큰 폭으로 뛰었다.

주변사람들은 하나같이 과일을 안 좋아해서 큰 타격이 없다고들 한다. 원래 안 먹었으니 상관없다고. 장을 보는 주부입장에서 그들이 참 부럽다. 그런데, 우리 집은 힘들다. 다른 건 몰라도 보통 3-4가지 과일을 사서 냉장고에 채워두는 집이라 과일쇼핑에서는 가히 상류층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금값이 되었으니 이참에 과일 안 먹기 습관을 들이면 좋으련만, 과감하게 못한다. 술, 담배, 과자, 야식 등 어떤 것도 하지 않는 남편에게 과일마저 빼앗아버릴 수는 없다. 또한 성장기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과일은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하루하루 살얼음판 걷듯 살살 소비하는 중이다.

사과부사 / 개당 중량 300g 내외/개

현재가 2,370 전주대비 상승 220 (+10.23%)

본 정보에 사용된 내용은 상황과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2024.03.27. 기준

제공한국물가협회 (네이버 자료)

정부에서도 사과값 폭등으로 서민경제가 어렵다고 농축산물 가격 안정에 15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한 대체할 과일 수입도 늘려, 수입 바나나와 오렌지가 2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에 들어갔다는 뉴스도 있다.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제발 가격이 안정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요새 아기 주먹크기 만한 사과와 오렌지를 집에 들이고 있다. 여느 때처럼, 운동 겸 할인하는 고기를 살피기 위해 마트에 들렀다. 정육코너로 넘어가기 전 과일 코너에는 딸기, 포도, 사과, 토마토, 오렌지가 진열되어 있었다. 다 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우울해하는 순간 오렌지가 눈에 확 들어왔다. 진한 색에 적당한 배꼽이 보이는 대왕 오렌지를 보자 반가웠다. 세일해서 7개에 9900원! 크기가 내 주먹보다 크고, 지름이 대략 10센티 정도 되어 보였다. 표면이 맨질거리고 무게감이 느껴졌다. 1초 망설였다. 오렌지 7개와 고기까지 사면 무거울게 뻔했다. 그래도 잠깐의 수고로움으로 싸게 신선하게 먹어보자고, 힘을 내자고 스스로 다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