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19
나이 든다는 건, 생일을 더 이상 손꼽아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걸까? 365일 중의 하루라 바쁜 일상을 살아내야 해서 그냥 지나치게 되는 걸까? 내 생일이 며칠 남았어! 선물은 무엇을 받을까? 무슨 케이크를 먹지? 하며 행복한 얼굴을 하면 철없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걸까? 난 아직도 그냥 지나치면 서운해 가족과 함께 어떤 케이크를 먹을지, 어디로 외식하러 갈지를 생각하며 살고 있는데...
어제는 아들의 14번째 생일이었다. 3월 말이라 예년 같으면 여기저기 봄꽃이 만발했을 테지만 올해는 비가 잦고 추운 날씨 탓으로 개화가 늦어져 시야를 넓혀 숨은 꽃 찾기를 해야 할 정도로 드문 드문 보인다. 그나마 개나리라도 보여 반가웠다. 아들의 생일이 다가오면서 특별히 먹고 싶은 건 없니, 갖고 싶은 것은 없니라고 몇 번을 물어봐도 대답이 시원찮았다. 작년부터 생일에 관심이 1도 없다. 생일이에요?라고 되물을 정도로 부쩍 커버린 아들을 보며 남편의 아들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도 본인의 생일이 오는지 가는지 관심이 없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남들도 있는 생일인데라고 하지만 우리들과 어머니는 잊지 않고 살뜰히 챙긴다. 아들도 벌써부터 아빠를 닮아간다.
생일에는 당연히 미역국을 끓이는 친정과 시댁의 영향으로 엄마로서 미역국을 끓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잘 먹던 미역국을 이제는 거의 안 먹는 아들이지만, 미역국 없는 생일은 앙꼬 없는 찐빵 같은 느낌이 들었다. 끓이면 내가 먹으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소고기대신 바지락을 넣어 조개미역국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안 먹겠다던 아들도 내 마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인지 밥을 말아 한 그릇 뚝딱 먹어주었다. 학원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 같이 식탁에 앉아 집 근처 베이커리에서 사 온 치즈케이크 위에 꽂은 촛불을 불었다. 중학교 1학년이라는 뜻으로 달랑 초 1개에, 응원과 사랑의 메시지를 담아 정겹게 손뼉 치며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무덤덤하던 아들도 나이대로 초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귀여운 타박을 하며 장난을 쳤다. 밤 10시에 치즈케이크를 나눠먹으며 그렇게 아들의 생일을 보냈다. 주말에 먹고 싶은 거 사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중학생이 되자, 45분씩 7교시 수업을 하고 4시가 넘어 집에 온다. 학원 숙제를 하고 저녁을 먹고 학원에 가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아들은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초등학생 동생을 부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학생이 되었다고 동생을 놀리는 모습이 아직은 영낙없이 철없는 아들이다. 빛나는 노란색의 개나리처럼 아들이 밝고 회복력 있는 긍정적인 사람으로 성장해 가기를 올해도 어김없이 소망한다. 깔깔거리며 웃던 아들의 귀엽고 앙증맞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가끔 핸드폰 속 갤러리에서 만나 아들을 추억하고 계속 응원한다. 엄마니까. 그렇게 아들은 어른으로 성장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