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26
학창 시절 시험 전날이면 온 신경이 곤두섰다. 소리 없이 흐르는 시간을 붙잡고 부족한 시험공부를 마음껏 하고 싶었다. 미리 더 열심히 할 걸, 하루만 더 있었으면 등등... 후회와 바람으로 하루를 시작했었다. 마음만 혼자 앞서가고 머리와 몸이 투덜거리며 뒤따라 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지막으로 본시험이 언제였던가 싶은데도 말이다.
이번 주말 자격증 시험을 앞둔 남편은 휴가를 내고 집에서 공부를 했다. 평상시에도 좁은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고 사부작사부작 일이든 공부든 하는 사람인데, 오늘은 존재감이 더더욱 없었다. 식당을 찾는 손님처럼 밥때만 방에서 나와 식탁에 앉아 조용히 밥을 먹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본인은 50이 넘은 나이에 공부하니 머리도 아프고, 눈도 아파 쉽지 않다고 했지만 책상에 앉은 뒷모습은 영락없는 수험생이었다.
며칠 전 친구와 점심약속을 했음에도 시험공부한다는 남편에게 왠지 눈치가 보여 커피만 간단히 마시고 들어왔다. 본인은 혼자 대충 먹어도 상관없다고 했으나, 자식이든 남편이든 가족이 시험공부하는데 혼자 밥 먹으러 나가는 건 못하겠더라.
시험전날인데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미역국을 끓이고 말았다. 속 편히 먹을 국을 찾다가 오랜만에 바지락을 넣고 푹 끓인 뒤 상을 차릴 때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하필이면 미역국을 끓였다.
"앗! 시험전날인데. 깜빡했네. 미안해. 미신이니까 신경 쓰지 말고 잘 먹어줘. 속이 편해서 잘 풀릴 거야."
무반응인 남편을 보면서 나만 혼자 약간 불편했다. 시험전날, 특히 인생일대 중요한 수능전날 미역국은 금기음식이라고 할 정도로 피해야 할 음식이라지만 남편의 시험은 수능이 아니니까. 그리고, 본인이 별생각 없이 잘 먹었으니 시험은 무사히 잘 보고 올 것이라고 미리 믿기로 했다. 나도 더군다나 남편은 미신을 믿는 사람은 아니지만, 막상 안 하던 짓을 하고 보니 맘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응원의 초콜릿을 사려던 참이었는데, 미역국 실수를 만회하려고 얼른 집 앞 마트에 가서 페레로 로쉐 초콜릿과 잘 지워진다는 지우개 하나를 사서 건넸다.
"시험, 잘 보고 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