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화강고래 May 07. 2024

지인 남편의 커피사랑이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아침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33

"언니, 드립 커피 잘하는 데 아는데 같이 갈래요? 우리 남편이 진짜 좋아하는 곳이에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커피 맛과 향이 궁금했다. 그녀의 남편은 커피를 좋아해서 주말이면 카페투어를 자주 간다고 했었다. 가까운 서울이든, 경기도든, 어디든 커피 맛집을 찾아다닌다고 하니 은근히 기대할 만했다. 

약속을 잡고 그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지난주 월요일이었다. 차로 15여분을 걸려 도착한 곳은 확 트인 뷰를 자랑하는 카페였다. 매장에서 자라는 커피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오전시간이라 조용한 카페는 멀리는 산을, 위로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휴식을 원하는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매장 내 커피나무


매장 내부


그녀의 제안대로 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블루 마운틴커피였네! 카메룬에서 온 공정무역커피라니!"

"언니도 알아요?"

"세계 3대 커피 중의 하나라는 것만 알아."


알고 보니, 유명한 곳이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카메룬 블루마운틴 커피를 농부 직거래로 수입하는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카페였다. 카메룬 커피는 사실 낯설었다. 대규모 농장이 아니라 소규모 텃밭에서 친환경으로 소량씩 재배하기 때문에 마땅한 판로가 없었던 농부들에게 소득을 보장하고 합리적으로 구매해 유통망을 줄여 소비자에게는 좋은 커피를 제공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공생과 나눔의 커피였다. 정성스레 커피를 내려주는 바리스타를 지켜본 후 마침내 예쁜 잔에 가득 든 커피를 받았다. 달콤한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쌉쌀한 커피맛이 혀끝에 감돌았다.  


"맛 괜찮아요? 우리 남편은 주말이면 꼭 오자고 해요. 한 번은 두 잔이나 마시고 갔어요. 드립도 기술이라 우리는 그냥 와서 먹기로 했어요."


그녀의 남편 취향 덕분에 내 취향도 업그레이된 느낌이 들었다.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했다. 술잔을 앞에 두고 이야기가 이어지듯, 우리의 대화는 한참 지속되었다. 집에 가는 길에 원두 한 봉지를 사서 들었다. 난 자주 올 수 없을 것 같아 집에서 내려 마시며 그 맛과 향을 즐기기로 했다. 그리고 남편에게도 권했다. 그녀의 남편만큼은 아니지만 슬슬 드립 커피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시어머니가 엄마로 느껴질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