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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화강고래 Aug 20. 2024

날아가는 새들처럼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98


무더운 하늘 희뿌연 연기사이로 보이는 아스팔트

답답한 도시를 떠나고 싶어도 나는 갈 수 없네

날아가는 새들 바라보며 나도 따라 날아가고 싶어

파란 하늘 아래서 자유롭게 나도 따라가고 싶어           


더위에 지쳐 느릿느릿 걷다가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입추가 지난 걸 아는지 아침저녁으로는 약간 서늘한 느낌이 이따금씩 들지만 늦은 오후에는 여전히 덥다.


변진섭의 "새들처럼" 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국민학교 때 자주 시청하던 가요 프로그램에서부터 듣기 시작했던 80년대 히트곡이 나를 흥얼거리게 만들었다.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처럼, 새에게 들어달라는 부탁처럼.


"나도 따라 날아가고 싶다"

"나도 따라 날아가고 싶다"

"나도 따라 날아가고 싶다"



저기 저 높은 곳으로 훨훨 날아가면 시원해서 덜 덥겠지?

자유와 희망을 갈구하기보다는 이 순간 그저 더위를 피해 빨리 집으로 날아가고 싶은 원초적인 욕구가 나를 감쌌다.


저 멀리 너희들은 까마귀?


나도 좀 끼워줄래?


혼자 피식 웃으며 멈춰 섰던 걸음을 다시 천천히 옮겨 집으로 갔다.




책도 영화도 노래도 사람과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 받아들이는 이의 경험에 따라 몰입과 해석이 다르고 나이대에 따라 생각도 달라진다. 그럼에도 변함없이 존재하는 고전 혹은 그와 같은 반열에 오른 작품들이 있다.


감성과 추억이 깃든 발라드를 좋아하는 나에게 가수 변진섭은 예나 지금이나 발라드의 레전드이다. 1집과 2집 앨범에 수록된 주요 히트곡 "홀로 된다는 것, " "새들처럼, " "너에게로 또다시, " "희망사항"을 좋아했다. 가끔 용기 내어 장기자랑에 내밀 정도다. 어렵지 않은 일상적인 가사와 편안한 멜로디에 끌렸다. 특히 "새들처럼"은 대입을 위해 달리던 시절, 답답한 학교와 학업에서 벗어나 자유를 향해 떠나고 싶은 내 생각을 어떻게 알고 노래로 대신 불러주는 듯했다.


20, 30대에 들은 "새들처럼"은 흰색 도화지 같은 내 인생에 꿈을 꿀 수 있는 자극제였다. "뭐라도 할 수 있어! 날아가보자!"로 귓가에 외치는 그의 익숙한 목소리가 가끔 들릴 때마다 학업을 찾아, 직업을 찾아 여기저기 새처럼 날아다녔다.


40대가 된 지금, 노래가사 그대로이다. 정착한 새가 된 기분이다. 답답한 도시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내가 손쉽게 할 수 있는 건 하늘을 바라보고 이따금 노래를 부르는 게 전부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날아가는 새를 부러워한다. 날아가서 살아봐도 또 다른 자유와 목표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으면서도 말이다. 아니면 그저 집에 빨리 가고 싶을 땐 훨훨 나는 새의 날개 자체를 부러워하며 바라본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건 언젠가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저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힐링이 되지만, 가끔 파란 하늘이나 구름이 떠다니는 하늘에서 순간 눈을 사로잡는 새들은 변함없이 나에게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날아오르는 자유와 자신감의 상징으로 읽힌다. 새들에게도 나름의 고통과 절망이 있겠지만, 땅에 발을 딛고 잠시 멍하니 쳐다보는 나는 변함없이 그들을 따라가고 싶다. 없던 시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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