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꿈이 있습니다.

아침 단상으로 글 쓰기 습관 4

by 태화강고래

아침에 떠오르는 생각으로 글쓰기를 4일째 이어오고 있다.

하루이틀 전 있었던 일이 아침에 생각나면, 며칠 묵힌 일기처럼 쓰고 있다.


로버트 프로스트 시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

김미경의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매트 헤이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The Midnight Library>>


내 인생길에서 접했던 시기는 각기 달랐지만, 울림이 있었던 소중한 책들이다.

오늘은 선택과 후회 그리고 꿈에 대해 생각해 봤다.


외가 친척 중에 나보다 9살 어린 K가 있다. 나를 고모라 부르는 조카다. 찻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같은 동네에서 함께 자랐다. 나처럼 삼 남매의 장녀이다. 서울소재 상위권대학의 사범대를 졸업했다.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 임용고시 1년 준비하더니 남들과 다른 길로 취업을 했다. 서울시마을공동체지원사업에서 10년간 일을 하더니 이젠 다른 미래를 꿈꾸고 있다. 경력을 살려 남들이 보통 택하는 행정학, NGO 쪽 공부 대신 인류학 공부를 해보겠다고 한다. 인류학이라고 말하며 본인도 웃었다. 전공으로 인류학을 택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사범대를 선택했다고. 임용의 기회가 전무했을뿐더러, 자기와 맞지 않았다고 했다. 10년 한 일을 그만둔 건 자신의 의지가 아닌 더 큰 권력의 결정에 따른 결과라고 했다. 쉬는 동안 잊고 지냈던 욕망이 되살아나 인류학을 새로운 프레임으로 자신의 경력을 펼쳐보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결혼 7년 차, 3살짜리 아들을 둔 그녀가 당당히 꿈을 꾸는 게 기특했다. 난 응원한다고, 원하는 것을 해보라고 감히 칭찬해 주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은 뒤에 숨겼다. 같이 듣던 여동생은 역시 둘은 비슷하다고, 남들과 다르다고, 타고난 기질은 어쩔 수 없다고 웃기만 했다.


맞다, 나와 K는 기질적으로 비슷하다. K의 친가 곧, 나의 외가 쪽은 인문학 전공자들이 많다. 그 가운데 한 명만 교수 임용이 되었고, 나머지는 사회적인 잣대로 보면 성공하지 못한 인생을 살고 있다. 10년 넘은 "문송 시대"에 K도 나도 죄인이다. 꿈을 꾸나 그 꿈이 돈 버는 일과는 거리가 멀어 눈총을 받는다. 영문학 전공자인 나는 미국도 다녀온, 우리 집에서 가장 가방 끈이 긴 자식이다. 그러나, 억대 연봉을 받고 선망하는 직장 근처엔 못 가봤다. 경제적 조건을 따지면, 부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때 철들어 현실적인 조언을 듣고 현명한 선택을 했으면, 경제적 자립을 했을 텐데. 전문직이었다면, 돈 걱정 없이 아픈 엄마를 돌봐드릴 수 있을 텐데라고 후회도 한다.


힘들 때면 누구나 그렇듯,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인생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더 행복했을까,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을까 하는 후회와 아쉬움에 빠져 우울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가 있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인생에서 다른 선택을 한 삶을 살아보고 반복되는 삶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고찰하게 하는 판타지 소설이다. 우연히 읽게 된 이 소설에서 선택과 후회를 둘러싼 인생을 생각했다. 절망에 빠져 죽기로 작정하고 약을 먹었지만, 선택하지 않아 후회했던 여러 선택지의 인생을 살아본 후 주인공은 버리려고 했던 인생으로 돌아가 새롭게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어떤 선택도 완벽할 수는 없으며, 선택한 현재의 삶을 자신 있게 살아가는 마음이 중요함을 깨닫게 해 준다.


40대 중반이 된 나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 K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나를 응원한다. 그래서 그냥 '자식들이나 잘 키우고 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만사가 귀찮다", "이 나이에 무슨", "아줌마가 왜 그래"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반감이 든다. 아줌마이기전에 개인으로서의 내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살아갈 날이 많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t them looking backward. So you have to trust that dots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인생의 선택과 경험들이 점처럼 서로 연결되어 미래에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탄천의 물이 졸졸졸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면서 계속 흐르고 있는 것처럼, 나는 지금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고 싶지 않다. 브런치에 글쓰기라는 도전을 시작으로, 건강을 챙기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천천히 물 흐르듯이 살 것이다. 그게 나라는 사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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