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딸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6

by 태화강고래

5층 간호사실입니다.

환자분이 코로나에 걸렸고, 37.5도 정도 미열이 있어 주치의 선생님이 약 처방해 주셨어요.


네. 안 그래도 주말 내내 목이 아프고 기침이 심하다고 하셨는데 몸살감기가 아니었나 보네요.

이번에도 격리되나요?


아뇨. 확진자가 많아 격리 없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엄마가 코로나에 다시 걸렸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리 놀라지 않은 내가 더 놀라웠다. 작년 초 처음 확진됐다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를 연신 말하며 가슴 두근거리던 때와는 달랐다. 외부 접촉도 거의 없는 나도 여름에 재감염되었는데, 요양병원에 계시는 엄마가 재감염되는 건 어쩌면 시간문제였는지도 모른다.


그 시간, 나는 딸과 함께 서울대병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딸의 정형외과 진료를 기다리면서 잠시 바람을 쐬기 위해 밖으로 나와 눈부신 햇살에 반짝이는 커다란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연두색, 노란색, 갈색으로 뒤섞인 나뭇잎들을 보면서 내가 말했다.


연두색은 너, 노란색은 나, 갈색은 할머니 같아.

한 나무에 달린 잎이지만, 단풍으로 변하는 시간은 달라. 아직 푸릇한 잎부터, 중간 잎, 그리고 갈색으로 변한 잎까지. 우리 셋을 나타내는 것 같은데.


왜 그 나무를 보고, 우리 모녀 곁에 없는 엄마까지 생각하고 있었을까.


엄마의 재감염소식을 듣고 나도 모르게 핸드폰으로 코로나 확진자수라는 검색어를 입력했다. 우리 주변에 아직도 코로나라는 감염병이 존재했던가. 잠시 잊고 지냈던 것 같다. 코로나19가 4등급 감염병이 되고, 전수 감시를 하지 않아 확진자수를 알 수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대신 이런 기사는 봤다.


26일 질병관리청이 발간하는 '코로나19 양성자 표본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10월 15~21일 일주일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7348명이다. 일평균 확진자는 1050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확진자수.png 동아사이언스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62171


코로나 양성자수는 감소하는 추세로 보이는데 요양병원은 아직도 코로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곳이다. 집단생활을 하는 감염취약시설이라 언제나 집단감염의 위험이 살아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엄마의 재감염으로 아무도 의식하지 않는 코로나의 존재감이 다시 무섭게 다가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쓰기로 벌벌 떨면서 지냈던 시절이 떠올랐다. 나의 재감염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던 것처럼, 엄마의 재감염 역시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한편으로는 자연스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속상했다. 딸의 곁에 앉아 잠시 멍하니 가을날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만을 응시했다.


재감염인만큼 크게 아프지 않고, 무사히 잘 넘겨야 할 텐데.

병원에 계신 분들이 무사히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힘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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