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7
아들이 중학교 배정 원서를 들고 왔다. 친절하게 작성 예시 원서까지 가지고 와서 설명해 주었다.
'이젠 결정의 순간이 왔구나, 어디로 써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지금 다니는 초등학교로 입학은 했지만, 울산에서 4년을 보내고 5학년말에 다시 전학을 왔기에 집 근처 중학교 입학은 불가능하다고들 한다. 주변 초등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증축하고 반을 늘린 학교이다. 신규 아파트 입주로 몇 년 새 학령인구가 2-3배로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집 앞 중학교 입학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다. 중학군으로 나뉜 학교들 가운데 1 지망을 쓰고, 나머지 2-5 지망은 출신초등학교 기준 근거리에서 선택해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희망순에 따라 선지망하고 1 지망에 지원자가 많으면 선입학일자라는 것을 기준으로 배정의 당락이 결정된다. 선입학일이 5학년 말이니 집 근처는 못 가겠거니 하고, 다른 학교들 가운데 고민 중이다. 1 지망을 100% 희망학교로 쓰기에는 엄청난 운 폭탄이 필요해서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학교를 1 지망으로 선택해야 한다.
예전엔 어땠는지 기억을 더듬어본다. 그냥 뺑뺑이로 중학교 배정을 받았던 것 같다. 원서를 쓴 기억은 없고 그냥 중학교를 배정받았던 기억만 있다. 신경 쓴 적도 관심 가져본 적도 없다. 특정학교로 많이 보내지기도 하고, 전교에서 1-2명 보낸 학교도 있었다. 운명의 뺑뺑이로 울고 웃었다. 그래서 뺑뺑이가 궁금했다. 추첨방식을 왜 뺑뺑이라고 부르는지. 60년대까지 초등학생들은 명문 중학교 입학을 위해 대학입시를 치르는 수험생들처럼 열심히 공부를 했다고 한다. 과열교육으로 인한 폐해가 발생하자 1969년 2월, 중학교 무시험진학을 위한 추첨이 시작되었고, 1971년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이때 오른쪽으로 두 번 돌리고, 왼쪽으로 한번 돌려서 떨어지는 은행알로 학교를 배정받는데 이 수동식 추첨기를 ‘뺑뺑이’라고 불렀고, 추첨하는 모습을 “뺑뺑이 돌린다”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이후 1974년 평준화고등학교 배정부터는 컴퓨터 추첨으로 바뀌었다고 하나 뺑뺑이는 무작위로 추첨번호를 뽑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여전히 쓰이는 말이다. 물레같이 생긴 저런 도구를 이용해서 결정했다고 하니 돌리는 본인은 막중한 책임감과 운명의 힘을 동시에 느꼈을 것 같다. 내 손으로 내 운명을 결정한다? 내가 직접 돌리는 게 아닌 컴퓨터의 힘을 빌리는 간접 추첨이 나은 것인지, 골라야 한다면 어떤 걸 고를까? 어떤 방식으로든 운에 따라 미래가 정해진 셈이다.
뼛속까지 본인이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느 정도 운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도 무작위 추첨이 아닌 희망학교를 골라 지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예전보다는 개인의 선택에 힘을 실어준 듯하다. 선택에 앞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고, 선택 후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그게 인생이다. 나는 알고 있지만 아들은 아직 모르는 인생을 살아가는 법이다.
어느덧 아들의 초등생활도 두 달 정도 남았다. 새해가 되면 어떤 중학교에 가게 될지 결정이 나고 그에 따른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아들과 충분히 이야기하고 본인이 희망하는 곳으로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부모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첫 원서를 쓰는 아들을 지켜보며 부모로서의 내 역할도 고민하고 계획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새 출발을 준비하는 아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