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살리는 음식

아침 단상으로 글 쓰기 습관 8

by 태화강고래

삶은 계란 2개, 사과 반쪽, 아몬드 한 줌

잡곡밥, 고등어구이, 깻잎, 버섯볶음

잡곡밥, 삼겹살 고추장볶음, 상추, 김치



오늘 먹은 음식이다. 써 놓고 보니 괜찮은 식단처럼 보인다.

내가 만든 소박한 집밥이다. 매일 준비하는 것은 아니고, 주로 혼자 먹기에 하루 이틀에 걸쳐 먹는다.


주부 경력 1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나는 음식을 잘하는 사람을 존경하고, 부러워한다.

친정 엄마는 음식을 잘하셨다. 매끼마다 새로 무친 나물, 고기나 생선, 국, 그리고 아빠가 좋아하시던 겉절이김치까지. 별미로 꽃게탕, 동태탕, 잡채, 전, 수제비 등 못하시는 게 없었다. 덕분에 건강하게 잘 컸다. 그녀의 딸로서 어릴 적부터 차려준 밥은 잘 먹었지만, 만드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옆에서 가끔 거드는 정도만 했다. 그런 내가 결혼을 해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 손으로 만든 음식으로 삼시세끼 먹고 산다니 놀라울 뿐이다.


아프기 전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지금보다 간단하고 편한 음식을 취했다. 엄마의 음식이 생각났지만, 선뜻 재료를 사서 요리할 엄두가 안 났다. 주방에서 보낼 시간도 없었지만, 요리에 취미가 없어서 마트에서 바로 먹을 수 있게 포장된 양념 불고기, 닭갈비를 사고, 밀키트를 이용했다. 식재료에 대한 관심은 더더욱 없었다.


그런 내가 달라졌다. 아프고 나서는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먹는 음식이 나"라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밥상에 열과 성을 다했던 엄마만큼은 될 수 없지만 나름대로 건강 관련책을 보고 한 가지씩이라도 실천하면서 노력 중이다. "좋은 음식"이란 몸을 건강하게 하는 음식이다. 암 투병을 시작했을 때에는 유기농과 무항생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들이 많아 꼭 유기농 식재료를 사야 된다는 강박도 생겼다. 문제는 유기농제품이 일반 제품보다 약간 비싸서 지출이 늘었다. 또한 책에 소개된 몸에 좋은 다양한 식재료를 골고루 다 챙겨 먹어야 할 것 같은 착각에 하나둘씩 구입도 늘었다.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몸을 살리는데 돈이 많이 든다는 느낌이 강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적인 진실이다. 그럼에도 500쪽이 넘는 <<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이라는 책은 백과사전처럼 필요할 때 펼쳐보는 책이 되었다.


항상 건강에 신경 써서 좋은 음식만을 먹기는 사실 쉽지 않다. 특히 아이들은 나와 같은 음식을 먹지 않아 이중으로 식사 준비를 한다. 잡곡밥의 경우만 봐도, 쌀, 현미, 흑미, 귀리, 쥐눈이콩, 병아리콩, 보리같이 최소 7가지 잡곡을 섞어 밥을 짓는다. 아이들은 쌀로만 지은 흰밥을 좋아해 가끔 귀리와 흑미를 아주 조금 섞어 밥을 지어 준다. 채소는 먹지 않아 볶음밥에 살짝 넣는 정도라 이중으로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나 혼자 몸에 좋은 걸 챙겨 먹는다는 생각에 가끔 미안하다. 혼자만의 죄책감이랄까. 아이들은 라면, 햄버거, 떡볶이, 치킨, 피자를 좋아하니 가끔 챙겨준다. 최애반찬인 햄은 라벨을 꼼꼼히 읽고 확인 후 최소한의 첨가물이 있는 것으로 골라 끓는 물에 삶아 준다. 첨가물이 조금이라도 덜 흡수되게 하는 엄마로서의 내 노력이다.


사실,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지출을 늘리면 좋은 음식을 먹게 된다. 패스트푸드와 밀키트, 배달음식 대신 내 손으로 슬로푸드를 만들어 먹는 것이다. 바깥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편리하고 간편한 음식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는데 그 유혹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아직은 완벽한 슬로 푸드 단계에는 정착하지 못하고, 그 방향으로 가는 중에 있다. 슬로푸드 쪽으로 약간 더 가까워졌다는 것은 확실하다. 손이 더 많이 가니 주방에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피로감에 귀찮고 편리한 것을 찾고 싶지만, 그래도 아프던 때를 생각해 천천히 오늘도 내 밥을 짓는다. 내가 만든 음식을 남에게 자랑할 수준은 아니지만, 내 몸을 살리는 게 중요하기에 먹는 것에 진심이다.


내일도 잘해 먹고살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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