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의 가을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9

by 태화강고래


11월 2일, 서울 낮기온이 25도를 넘었다. 5월 말 날씨처럼 화창하고 더웠다. 안에 입은 니트가 어색했고, 재킷을 벗어 들고 다녔다. 역대 11월 최고 기온으로 기록을 세웠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였다. 어제의 흐리멍덩한 날씨는 온데간데없고 너무도 화창해 가을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인디언 서머 같은 반짝 더위속에 동생과 북촌길을 처음 걸었다. 둘이서 느리게 걸으면서 가을이 아닌 봄으로, 더 나아가 우리가 함께 한 시간 속으로 거스르는 듯했다.


우리 자매는 참 다르다.

기억 속의 동생은 외모부터 성격까지 나와 비슷한 구석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달랐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좋아해서 음반을 사고, 콘서트를 가고, 브로마이드를 방에 걸어두는 열렬 팬이었다. 구르프로 앞머리를 말고, 쌍꺼풀을 그리고, 패션에 신경 쓰는 학생이었다. 둘째라 그런지 자기 밥그릇 챙기는데 적극적이었고, 미대에 간다고 맘을 먹더니 디자인 전공으로 대학에 갔다. 자기 의사표현이 확실해서 속에 담아 두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에 반해 소심하고 내성적인 나는 엄마와 동생이 골라주는 옷을 입고, 공부에 방해되는 어떤 음악도 가수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학교와 집을 오가며 공부만 했다. 앉아서 공부만 하니 당연히 살이 찌고 헐렁한 옷만 입었으며 건강은 안 좋았다. 서로 대화거리가 없었다. 싸운 적도 없었다. 대학생이 된 후에도 관심사가 다르니 둘이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보통 엄마랑 셋이 외출했다.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자매는 너무 달랐다. 친구처럼 지내는 자매들을 볼 때면 부럽기도 했다. 소설 속의 다른 인생을 사는 자매처럼 우리도 달랐다.


그렇게 다른 우리 자매도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니 살아가는 모습이 비슷해졌다. 타고난 성격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았지만, 동생은 속으로 약간 깊어졌고, 나는 감정 표출이 늘었다. 평행선을 그리던 우리의 모습이 시간이 흘러 서로를 향해 언젠가 만날 것 같은 선으로 변했다. 같이 보내는 시간도 조금씩 늘어났다. 아픈 엄마를 돌보고, 비슷한 또래의 자식을 키우다 보니 공통의 관심사도 생겼다. 동생은 인천, 나는 경기도에 살아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가끔씩 만나 커피를 마시면서 엄마로서 쌓인 스트레스를 수다로 해소한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때마침 가을이고 날씨가 좋아 더 행복한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가 물러간 북촌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한복을 입은 중국, 일본, 캄보디아, 베트남 등 세계 여기저기서 온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가을의 추억을 만들었다. 분위기에 휩싸여 우리도 오래간만에 그들의 서울 여행에 동참했다. 이제 자매는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챙겨주게 되었다. 입 밖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확인했다. 내년에는 같이 제주도 올레길을 걷자는 약속도 했다.


2023년 11월의 더웠던 날로 기록되고 기억될 날, 우리 자매도 북촌을 함께 걸었던 가을날을 기억할 것이다. 지나온 시간보다 앞으로 더 많이 자매의 시간을 만들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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