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11
나 : 너무 맵겠는데? 괜찮니?
아들 : 생각보다 안 매워요.
옆에서도 여학생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여학생 : 너무 매워 보여. 다른 걸로 주문할 걸 그랬어.
남학생 : 지금 매운 거 안 먹으면 죽을 거 같아. 힘들어 죽겠어. 답답해.
아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매운 짬뽕을 면만 건져 먹었다. 과연 맛이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그저 괜찮았어요라고 답하는 정도로 아들은 별 말없이 식사를 마쳤다. 초등학생인 아들과 특별한 대화 없이 먹기만 했기에 자연스럽게 옆 테이블의 대화가 내 귀에 흘러들어왔다. 여학생에 비해 남학생은 스트레스가 차고 넘치는 거 같았다. 시험에 몇 개가 틀렸다느니, 실수였다느니, 하다 보니 찍기도 요령이 생겼다느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한숨을 계속 내쉬었다. 여학생은 이야기를 주로 들어주면서 수학문제를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둘은 천천히 점심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점심을 빨리 먹자 40분간의 여유시간이 생겨 아들과 나는 카페에 들어갔다. 학원건물 1층에 있는 별다방 대신상대적으로 좁지만 조용한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도 음료를 시켜놓고 혼자 앉아 공부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아들은 매운 점심을 먹고 이번에 망고 플랫치노를 주문했다. 뜨겁고 매운 음식에 찬 음료까지. 네 속이 어떻겠냐고 말려보지만, 말려도 말릴 수 없어 그냥 뒀다. 아들은 빨대로 찬 음료를 마시며 핸드폰을 보고, 난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남학생이 앉았다. 앗, 아까 식당에서 본 그 학생이었다. 이번에는 여학생 없이 혼자 와서 초콜릿 플랫치노를 주문한 듯했다. 다시 슬쩍 보니 하얀 피부에 안경을 쓴 순한 인상의 학생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 남학생을 잠깐 살펴봤다. 보통 고등학생처럼 슬리퍼 신고, 검정 추리닝 바지를 입었다. 이번엔 더운지 바지를 무릎까지 걷고 앉아 찬 음료를 연신 마셔댔다. 귀에는 이어팟을 끼고 눈은 문제집을 향했다. 매운 짬뽕 먹고 이번엔 차고 단 음료를 마시면서 조금이라도 속이 풀렸을지 괜히 궁금했다. 안쓰럽기도 했다. 내 아들의 몇 년 후 모습인 거 같아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갔다.물론 특정 음식을 먹었다고 스트레스가 다 사라지지는 않았을 테지만, 그 순간만이라도 스트레스가 없어졌길 바랐다.
40여 분간 앉아 휴식을 취한 카페는 조용했다. 음악소리가 들리고 가끔 주문한 음료 픽업을 알리는 직원의 목소리만 들릴뿐 각자 자기만의 세상 속에 집중했다. 혼자 앉아 공부하는 학생들. 내 눈에 들어온 그들은 안쓰러웠다. 넉넉한 환경에서 자라서인지 조금은 더 호화스러운 카페에 앉아 공부를 하는 것은 달랐다. 그러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입시 부담은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진 것 같다. 학생들이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으로라도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봤다. 흔히 매운 음식과 같은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땀이 나서 스트레스 해소가 된다고 느끼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그것보다는 단호박, 고구마, 다크초콜릿, 과일, 채소 같은 건강한 음식을 먹는 식습관을 유지하는 게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청소년기에 좋은 식습관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학원가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집에서라도 과일만은 꼭 챙겨 먹으면 좋겠다. 탄산음료나 카페인 음료 대신 물도 챙겨 마셨으면 한다. 몸이 건강해야 공부도 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