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283
화요일이 빨리 되었으면!
혼자 화요일을 기다렸다. 아마도, 우리 집에서는. 집안 정리정돈이 내 몫이 된 이후로 분리수거일을 잊지 않는다.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 옷을 입은 순간부터 오롯이 내 차지가 되었다. 낙엽이 수북이 쌓이듯, 매일 다용도실 한편에서 쌓여만 가는 재활용쓰레기는 마치 내 마음을 덮는 것 같았다. 쓰레기라고 분류된 이상, 남김없이 빨리 갖다 버리고 여유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보통, 일주일 동안 차곡차곡 분리해서 종이,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을 수거장에 내다 놓았기에 크게 불편하지 않았지만 지난주는 설연휴기간이라 분리수거를 건너뛰었다.
나만 기다린 게 아니었다. 점심식사 후 현관 앞에서 분리수거를 하러 나온 옆집 젊은 부부를 만났다.
"너무 많아요. 지난주에 안 했다고 엄청 쌓여서 저희는 이미 2번 다녀왔어요."
집집마다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느라 바빴다. 하루가 반이나 남았는데 이미 분리수거장은 동산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나만 기다린 게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바삐 움직였다. 집집마다 2주 동안 먹고 쓰고 남은 흔적들을 치워야 했다. 택배 상자는 기본에, 과자 한 봉지, 콩나물 한 봉지, 음료수 한 병 같은 소비재에서 나오는 포장재들로 가득했다. 매일 수수한 집밥을 해 먹어도 포장 쓰레기는 어쩔 수 없이 남았다. 가득하다. 이걸 다 우리 식구가 먹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명절이라고 과자 몇 봉지, 조카들과 함께 먹은 피자 두 판이 전부이고 평상시와 크게 다를 바 없이 삼시세끼 먹은 것 밖에 없는데도 쓰레기가 많았다.
2주 동안 다용도실에서 묵힌 쓰레기를 치우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이렇게까지 상쾌한 적이 있었던가. 넓어진 공간만큼 여유가 생겼다.
일주일에 한 번 정해진 날에 비우고 채우는 일을 반복하며 일상은 흘러간다. 좋은 물건을 사고, 좋은 기운을 채워주는 것만큼 생활쓰레기든 마음 쓰레기든 꼭 비워줘야 한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분리수거까지 깔끔하게 마치고 나니 주말을 포함해 9일이라는 길었던 연휴가 끝났다는 게 더욱 실감 났다. 한 주가 이미 시작되었기에 남편은 울산으로, 아이들은 학원을 오가며 방학이라는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나는 쓰레기 때문에 한 발 늦은 것 같았다.
평소와 다르게 왜 이렇게 쓰레기 버리기에 집착했을까? 연휴나 평상시나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주부로서 쌓여있는 쓰레기를 보는 게 마치 할 일을 하지 않고 미뤄둔 것 같아 싫었다. 속이 더부룩해도 계속 꾸역꾸역 입에 넣는 그런 느낌마저 들었다. 쓰레기라도 다 버리고 나니 후련했다. 연휴에 쌓인 쓰레기 같은 불필요한 감정도 같이 떨쳐버린 것 같았다. 별거 아닌 거 같아도 버려야 하는 것을 집밖으로 내놓는 단순한 행위자체가 마음속에 누적된 명절 피로감을 날려버리는 듯했다. 때가 되면 버리면 된다. 불필요한 물건과 쓰레기로 어두웠던 마음은 몇 초만에 쉽게 밝아졌다. 문제는 마음속 깊이 쌓여있는 쓰레기 같은 처치곤란한 감정과 이야기들을 분리해서 버리는 일이다. 매주 한 번씩 물리적인 분리수거를 하듯, 내 마음속도 규칙적인 분리수거를 해야 될 때가 온 것 같다. 버리지 않고 쌓아둔 둔 내 속의 것들을 점점 바깥으로 내보내라고 소리치는 것 같다. 나를 갈아먹는 감정과 생각에 숨 막히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