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287
나, 40년 만에 눈다래끼가 났어!
00아, 아빠 눈 좀 봐. 아프겠지?
지난 주말, 울산서 지내다 온 남편은 반갑지 않은 손님을 데리고 왔다. 벌겋게 부은 겉다래끼가 안 그래도 힘없이 처진 눈을 짓궂게 괴롭히는 듯했다. 자꾸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남편 얼굴을 오래간만에 자세히 관찰했다.
'많이 늙었네.'
속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입 밖으로 들릴 정도로 크게 이야기했다.
"많이 늙었어. 세월은 어쩔 수 없나 봐."
5살 연상인 남편은 이미 50고개를 넘어섰다. 우리는 이만하면 잘 늙고 있다. 생판 모르던 우리가 부부의 인연으로 가정을 꾸리고 병아리 같던 아이들이 훌쩍 컸다. 그 세월만큼 정직하게도 몸 곳곳에서 노화가 눈에 띄게 진행되고 있다. 피부관리에 신경 쓰지 않고 살다 보니 피부 노화가 남들보다 빨리 진행되는 걸까? 다래끼를 보니 눈밑 축 처진 지방이 도드라져 보였다. 항상 거기 있었을 텐데 그냥 지나쳤을 노화의 흔적이 유독 나를 붙잡았다. 비슷한 이미지의 시어머니 얼굴이 겹쳐 보이면서 하루 밤새 늙어버린 듯했다. 안쓰러웠다.
"처자식 고생 안 시키려고 열심히 살잖아."
가끔 지나가는 말처럼 말씀하시는 시어머니가 생각났다. 결혼 후, 돈 쓰는 취미 생활하나 없이 집과 회사만 다니는 남편은 가족을 위해 재테크를 하고 자격증 공부를 한다.
50-60대의 눈밑 처짐 개선에 효과가 좋다고 하안검 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늘어나고 있다. 운동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 몇몇을 봐도 확실히 5-10살은 젊어 보였다. 별생각 없이 효과에 놀라기만 했는데 남편의 눈을 보니 맘 같아선 당장 수술시켜 주고 싶었다. 시술이든 성형이든 관심 끄고 자연스럽게 살고 싶은 나였지만 왠지 남편 얼굴은 시간을 되돌려 젊게 해 주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저속노화습관이 대세인 요즘,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습관 개선은 기본에, 보너스를 챙겨줄 꿈을 꿔 본다.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 눈보다 마음에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