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290
엄마 나이는 엇비슷하다. 단지 자녀 나이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나와 지인 1, 그리고 이제 초등 2학년과 3학년 연년생을 둔 지인 2가 만나면, 지인 2는 매번 묻는다.
"우리 애들 나이 때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학원 안 다녀도 괜찮을까?"
먼저 경험한 선배의 조언을 듣고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고픈 엄마라면 어김없이 물어본다. 누구나. 맘카페나 선배맘을 찾아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앞에 두고 자녀에게 콩알만큼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게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슬쩍 기대를 품는다. 본인의 답이 정해져 있어도 확인차원에서 물어보기도 한다.
"천문대, 숲체험, 역사체험 같이 좋다는 건, 남들 하는 건 다해봤어. 악기도 하나쯤 배워야 한 데서 비싼 플루트까지 사서 레슨시켰는데 막상 장기대회 때 제대로 하지도 못했어. 지나고 보니 돈 아까워."
"나도 큰 애는 천문대, 숲체험 했는데 둘째는 안 해. 소용없는 거 같아."
이렇게 지인 1과 지인 2는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은 아이가 아니라 엄마가 의욕이 넘치는 시기였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문턱을 갓 넘은 아이를 옆에 두고 시간표 짜느라 골머리를 썩었다. 직장맘이든 전업맘이든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것을 심심찮게 목격했다. 평일에 영어, 수학, 예체능 학원을 보내고 주말이면 천문대와 숲체험을 위해 엄마 인맥으로 친구들을 그룹으로 묶어 어떻게 해서라도 거기에 끼어 보내는 게 일이었다. 우리 집의 경우에는 아이가 둘이기도 하고 주말까지 모든 걸 다 할 만큼 심리적으로,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어 못했다. 아니 안 했다. 친구 따라 강남을 갈 수 없었다. 아이에게 좋다는데, 친구도 한다는데, 일상을 벗어난 색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기회가 매력적이었지만 나서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학원에 매인 일상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마음은 지금도 유효하다. 둘째는 코로나 시기에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어떤 활동도 없이 조용히 1학년을 지나갔다. 등교 수업도 제대로 못하던 시절이라 학원수강은 아예 없었다.
지인 1과 나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아직은 저학년이니 집에서 편하게 책 읽혀."
"혼자 읽기 싫어한다면 엄마가 옆에서 같이 읽어줘. 내가 힘들다고 안 읽어줘서 지금도 독서 습관이 안 잡혀있어. WHY 책 같은 학습만화는 애들이 스스로 읽었지만 어느 순간 멈췄어."
독서습관을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교육전문가든 동네엄마든 초등시절 특히 저학년 때 독서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한다.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독서를 가장 중시하겠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들린다. 책을 읽고 책 세상에 빠져보고, 생각해 본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다르다. 몸으로 경험하는 세상과 책으로 경험하는 세상을 두루 알고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스스로 읽는 아이는 흔치 않다. 엄마가 옆에 끼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읽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지나 보니 그랬다.
부모는 책을 읽지만 아이들은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다. 식탁에도 책장에도 책은 여기저기 놓여있지만 손이 가지 않는 모양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딸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혼자 읽기 싫어하는 책을 위주로 매일 저녁 30분이라도 함께 읽는다. 딸도 나에게 책을 읽어준다. 첫 책으로 삼국지를 선택했다. 엄마만 삼국지를 안 읽어 대화를 할 수 없다며 나를 위해 딸아이가 다정하게 설명해 준다. 무엇이든 혼자 하기 힘들 땐, 옆에서 손을 내밀면 흥미도 생기고 시작하기 수월해진다. 당장은 곁에서 함께 시간을 갖는 것으로 만족하고 싶다. 아직은 엄마 옆에 있는 것을 좋아하니 그 시간만이라도 읽어주고 들어주며 독서 시간을 늘려가기를 바란다. 독서 독립의 그날까지 함께하는 즐거움을 충분히 누리기만 하면 된다. 어젯밤도, 오늘 밤도, 내일 밤도 우리는 함께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