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잠은 어떻게 해서든 채우게 된다.
삶도 부족한 것과 넘치는 것이 균형을 이룰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오래간만에 새벽 5시 반 기상을 했다. 울산에서 서울행 기차를 탄 것도 아닌데 근거리 병원에 가기 위해 5시 반에 일어나 6시에 집을 나섰다.
6개월 전 CT 검사를 예약할 때 오전 7시 또는 늦은 오후 시간밖에 자리가 없다고 했다. 종일 배고픈 건 참기 힘들어 금식시간을 줄이려고 첫 타임 예약을 했었는데, 막상 가려니 힘들게 느끼는 날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불과 1년 전인데 그새 잊었다니. 내 몸은 편안함에 이미 적응한듯하다.
동트기 전 갑자기 어제 보다 10도 이상 떨어진 기온에 찬바람을 맞으며 병원으로 갔다.
7시에 오픈하는 병원 채혈실 앞은 이미 100여 명 정도 대기자들이 모여 북적거렸다. 채혈을 뒤로 미루고 CT 검사실로 갔다. 여기도 아직 준비 중이라 잠시 앉아 호명되기를 기다렸다.
6개월마다 유방 CT 검사를 한다. 어느덧 발병 5년이 다돼서 익숙할 만도 한데 조영제가 들어가 퍼지는 느낌은 여전히 싫다. 혈관을 따라 약물이 내 몸에 스며드는 게 몸 곳곳에서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특히 항문이 뜨거워지는 느낌은 핫팩을 엉덩이에 대고 있는 것보다 더 후끈거려 진짜 피하고 싶다. 입에서는 약 냄새가 풍기고 숨을 두 번 쉬었다 멈췄다 하면 끝나는, 약간 싱거운 검사다. 한 번 찍기도 힘든 CT를 1년에 두 번씩, 그나마 중증환자 산정특례로 5프로 부담이라 저렴(13,100원) 하니, 이상 없이 괜찮다는 말을 듣기 위해 숙제검사하듯 찍는다. 오늘도 지난 6개월의 내 생활에 대해 평가를 한 셈이다. 그래서 검진할 때마다 암경험자라는 잊고 지내는 신분을 다시 확인하며 내 일상을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처음 그 마음처럼, 균형 있게 잘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은 잘하는지, 스트레스는 최소화하고 살고 있는지. 누구는 시한부 인생 같다고도 한다. 정기검진 후 별일 없으면, 다음 검진까지 일상을 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정해진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 말에 200프로, 1000프로 동의한다. 그래서 다음을, 미래를 정하는 긴장되는 검사이기도 하다.
새벽 기상에, 추운 날씨 탓에 집에 와서는 대강 배를 채우고, 이불속으로 들어가 2시간 정도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 체력이 예전 만치 못해 잠 보충이 필수가 되었다. 부족한 건 채워줘야 한다. 잠은 졸던, 낮잠을 자던, 일찍 자던, 어떻게 해서든 채우게 된다. 보충 없이 그냥 막 달리던 젊은 날은 아쉽게도 나를 떠난 지 오래다. 잠을 채우는 것처럼, 삶에 필요한 다른 내외적 부분도 쉽게 채워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노력과 실천으로 삶의 균형이 더욱 필요한 나이와 건강을 데리고 오늘도 살고 있다. 다음 주에 "참 잘했습니다" 도장을 받는 것으로 숙제 검사는 마무리될 것이다. 일상의 숙제 검사를 통해 잘 살고 있는지 중간점검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 건강 외의 다른 영역의 숙제 검사도 적극적으로 찾아서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