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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공부 대신 꽃구경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06

by 태화강고래

첫 중간고사가 다가온다. 이번 주 토요일부터 다음 주 일요일까지. 사이버대학의 특성인 듯, 주말과 공휴일에 시험이 예정되어 있다. 과목에 따라 객관식 20-25문항을 온라인 동시시험으로 본다. 2월 말부터 매주 들은 강의 내용을 복습하며 키워드를 뽑아 시험준비를 해야 한다. 큰 부담 없이 강의를 들었지만 첫 시험이라 살짝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크게 걱정은 없지만, 그냥 부담된다. 그래도 시험이니까. 주부가 돼서 보는 첫 시험인데, 잘 봐서 다음 학기 등록금을 조금이라도 감액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갑자기 여동생이 나를 꼬셨다.

"덕수궁에 수양벚꽃이 유명하다는데, 혹시 갈 마음 있어?"

안 그래도 싱숭생숭 어딘가 떠나고 싶은 봄인데, 대놓고 유혹했다. 탄천길에서 보는 봄꽃도 충분하지만 어쩐지 2프로 부족했었다.

"오전에는 녹색어머니회 봉사고, 중간고사 공부도 해야 하는데. 잠시 생각해 볼게."

그 자리에서 대답을 못하고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다. 마음은 이미 덕수궁에 가 있었다. 밤이 되자 잊지 않고 동생과 약속을 했다. 기분전환을 한 후, 집중해서 공부하기로 정하고 놀자고 꼬시는 유혹에 떳떳하게 넘어갔다. 예전에도 그랬는데, 변함없다. 시험을 앞두고 놀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다. 되돌아보니 항상 화창하고 놀기 좋은 시절에 시험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기도민이라 광역버스를 타고 서둘러 시청 앞으로 갔다. 덕수궁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궁 특유의 편안함이 느껴졌다. 눈앞에 펼쳐진 봄꽃들을 바라보면서도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이 한눈에 들어왔다. 석조전 건너편에 그 유명하다는 수양벚꽃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곁에 다가가지 못하고 서로를 배려하기라도 한 듯, 모두가 조용히 핸드폰으로 꽃을 찍느라 바빴다. 수양나무의 가지처럼 벚꽃의 가지가 축 늘어져 꽃이 더 화사하고 풍성해 보였다. 색다른 벚꽃은 무척이나 몽환적이고 신비스러웠다.


KakaoTalk_20250408_150613471.jpg 수양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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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50408_160906376.jpg 능수벚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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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50408_150613471_04.jpg 살구나무꽃
KakaoTalk_20250408_160947783.jpg 자두나무꽃


벚꽃인 줄 알고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살구나무, 앵두나무, 자두나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연분홍이나 흰색의 작은 꽃들이 어찌나 비슷비슷해 보이는지, 과실나무의 꽃들이 이렇게나 사랑스럽고 탐스러웠나 싶게 아름다웠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오자, 덕수궁 입구에는 긴 줄이 늘어져 있었다.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산책하러 나온 듯했다. 체험학습을 온 학생과 일반인, 외국인에 이어 직장인까지 합세한 덕수궁은 봄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좋아하는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광화문까지 둘이 걸었다. 갑작스레 나선 봄나들이에 한껏 부풀어 올랐다. 집 앞에도, 탄천길에도, 사방에 벚꽃은 만개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여행자의 마음으로 바라볼 때 더욱 오래도록 빛났다. 공부를 뒷전에 두고 동생과 나들이 나온 건 참 잘한 일이었다. 꽃구경에 몰입하느라 시험공부는 잠시 잊었다. 봄 햇살 가득한 거리의 풍경을 즐기며 만보를 걸었다. 내년봄에도 꽃구경 가자고 약속했다. 성격이 달라 잘 어울리지 못했던 우리 자매가 어느새 많이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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