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05
울산의 메신저가 된 듯, 남편이 탐스러운 벚꽃 사진을 보여주었다. 때가 때인지라, 자연스레 울산 벚꽃을 생각하는 나를 위해 준비해 온 것처럼 느껴져 무척이나 반가웠다.
웬일이야? 사진까지 찍어와서 보여주다니! 그대로네! 예쁘다!
핸드폰 갤러리 속에 담긴 우리가 살던 아파트는 여전히 벚꽃 터널의 장관을 뽐내고 있었다. 봄이면 도시 전체가 분홍빛으로 물들었고, 멀리 가지 않고도 현관을 나와 아파트 산책길에 서면 눈이 호강할 만한 풍경을 선사했다. 질리도록 봐도 질리지 않았다. 수없이 찍어 저장한 풍경 사진 대신, 며칠 전에 찍어 온 따끈따끈한 사진을 함께 보며, 아들에게도 보여줬지만 예상대로 시큰둥하다 못해 무반응이었다.
남편보다 더 감성이 없는 아들이라니. 지금은 그래도 나이가 들면 달라지겠지?
올해부터 주중에는 울산에서 지내는 남편은 출퇴근 길에 그 아파트 옆을 지나다닌다. 4년 동안 함께 살았던 우리만의 추억이 깃든 특별한 곳인 만큼 자주 지난 시간들이 떠오른다고 했다. 무심한 듯, 감성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남편도 이제는 나이가 드는 게 느껴진다. 혼자 익숙한 동네에 살게 되자 물어보기 전에 알아서 주변환경의 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준다.
"거기, 그대로야." 또는 "거기는 새로운 건물이 지어졌어. 가게가 없어졌어." 등등. 어느덧 시간이 흘러 2년 전에 떠나왔지만 남편의 설명으로 자연스레 동네 모습을 업데이트한다. 아는 동네에 사니 남편도 나도 안심이 되고, 덤으로 소식을 들을 수 있어 참 좋다. 특별히 애정하는 울산, 그중에서도 살던 아파트가 봄이면 더욱 생각난다.
봄봄봄 봄이 오네요~
낯선 봄을 맞으며 암치료를 받았던 눈물과 고통의 시간이 눈부시게 빛나는 벚꽃과 함께 아련하게 떠오른다.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지난 일을 추억이라는 프레임 속에 넣고 아름답게 소환하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