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13
엄마, 잠깐만요.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또박또박 읽어 내려가는 딸아이. 두 손으로 공손하게 상장을 건네주었다.
최고의 어머니상을 받았다. 신사임당이라도 된 양, 우쭐해졌다. 위인전 인물을 키워낸 것은 아닐지라도 부모로서 '이런 게 자식 키우는 기쁨일까?'라는 생각에 피로가 싹 사라지는 듯했다. 뿌듯했다.
딸이 주는 상장이라니... 졸업장 이후 받은 상, 그것도 딸이 주는 상에 한껏 고무되는 건 왜일까?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께 드리는 상장을 만들어 왔다. 초등학교 저학년도 아니고 최고학년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아기자기한 활동이 마음을 적셨다. 글씨는 여전히 삐뚤뺴뚤, 맞춤법도 틀린 상장이었지만 처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딸아이의 마음만 보였다. 솜씨 없는 엄마인 것을 다 아는데 맛있게 요리해 준다니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오히려 맛있게 먹어주는 아이들이 고마울 때가 더 많다 보니 내가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딸의 치어리더로서 응원하고 격려하는 내 마음만은 알아주는 것 같아 고마웠다.
사실, 별거 아닌 종이 한 장인데 어버이날에 받으면 가슴이 더욱 뭉클해진다. 지지고 볶고,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사춘기에 진입한 10대 딸과 갱년기인지 아닌지 애매한 40대 엄마가 한 집에 살면서 매일 웃고만 살 수 없기에 예기치 못한 칭찬 한 마디에 서로에 대한 애정이 다시 샘솟는다. 역시 칭찬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더 잘해줘야지. 그래, 헛되이 살고 있지는 않구나.
매일이 어린이날, 어버이날일 수는 없으니 이런 날에라도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놓기만 한 사랑을 주저하지 않고 마음껏 표출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 딸의 상장을 받고 엄마가 생각났다. 어린 딸이 된 양, 너처럼 상장이라도 만들어 가져갈걸이라는 뒤늦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딸에게 말했더니 주말에 상장 만드는 걸 도와주겠다고 흔쾌히 약속까지 해줬다. 열흘 뒤 다가오는 생신에 멋진 상장을 만들어 엄마께 드릴 생각에 설렌다. 이 또한 딸아이 덕분이다. 딸과 엄마를 보며 엄마와 딸로서 사는 내가 어떻게 두 여자를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지 배우고 또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