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16
엄마가 물었다.
"저 카트는 비싸?"
"글쎄, 요새 많이 끌고 다니던데. 왜?"
"너도 저거 끌고 오면 좋겠어서."
"이게 이상해? 안 그래도 시누가 지난번에 날 보고 할머니 같다고 했어."
"난 상관없는데."
매주 엄마가 1주일 동안 드실 서너 가지 과일을 카트에 싣고 엄마 병원에 간다. 하루 이틀 그렇게 다닌 것도 아닌데 그날따라 우리 옆을 지나치는 파스텔 톤의 폴딩 카트가 색달랐는지 엄마는 물으셨다. "비싸서 못 사냐"라고 진지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셨다. 별생각 없었는데 갑자기 카트 살 돈도 없는 안쓰러운 딸이 돼버렸다.
카트도 유행이 있는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도, 마트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사람들이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네모 박스를 끌고 다닌다. 폴딩 카트는 바퀴 4개가 달려 기울이지 않고도 편리하게 장을 볼 수 있다는 평이 있다. 그런데, 사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사실 내가 끄는 스틸 프레임 손수레 카트는 언제 누가 샀는지 모른다. 집에 있길래 쓰고 있을 뿐이다. 양손에 사과, 오렌지, 참외 같은 무거운 과일을 들 수 없어 장바구니를 카트에 올려 유용하게 쓰고 있다. 20여 년 전, 엄마도 재래시장에 다니실 때 사용하던 그 옛날 카트가 맞긴 하다. 사라진 건 아니고 여전히 판매된다. 덜덜덜... 쇳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힘을 덜 들이고도 물건을 옮겨주니 고마운 존재이다. 그거면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에는 폴딩 카트만 없는 게 아니다. 물건을 잘 사는 편이 아니라 자연스레 미니멀리스트로 산다. 쇼핑앱을 켜도, 마트 진열대를 봐도, 우리 집에는 없는 게 너무도 많아 마음먹고 작성한다면 쇼핑 리스트는 끝이 없다. 물건 욕심이 별로 없는 탓도 있지만 여유롭게 쓸 돈이 없다.
"난 사는 거 잘하는데."라고 자랑하듯 말하는 주변 인물들이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은 돈이 있으니 욕망에 충실하게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에 비해, 꼭 필요하고 자주 쓰는 물건이 아니면 나는 지갑을 열지 않는다.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몇 번 쓰다가 자리만 차지하는 걸 보고 싶지 않다. 남들이 하는 대로 굳이 따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소신이 생겼다. 남에게 피해를 안 주고 내가 괜찮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사는데 크게 지장이 없으면 된 거 아닐까.
*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