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15
집 근처에 스타벅스 매장이 두 곳 있다. 결혼 후 서울시민에서 경기도민이 되었을 때 스타벅스 매장 하나 없다고 실망했던 내가 지금은 스타벅스가 있어도 가지 않는다. 커피 맛에 만족하지 못하니 발길이 뜸할 수밖에 없다. 공간자체가 풍기는 멋을 느끼고 싶을 때만 어쩌다 가끔 간다. 여기에 더해 커피 모바일 쿠폰을 써야 할 목적이 있을 때만 찾는 걸 보면 한국인이 사랑하는 스타벅스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었나 보다.
며칠 전 부친상을 치른 지인에게서 모바일 커피 쿠폰을 받았다. 요새는 답례품처럼 경조사를 마치면 감사 인사로 스타벅스 쿠폰을 발송하는 것 같다. 은행에서 프로모션 할 때도, 각종 기관에서 설문조사 할 때도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고급진 커피쿠폰의 대명사가 되어 우리는 스타벅스 세상에 사는 것 같다. 나는 주로 고마움의 표시로 스타벅스 쿠폰을 보낸다. 남편은 직장에서 받은 쿠폰을 내게 주거나 함께 커피를 마시러 간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비즈니스 목적뿐만 아니라, 가까운 사이든, 애매한 사이든, 이런저런 이유로 가볍게 스타벅스 모바일 쿠폰을 주고받으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나는 왜 스타벅스를 선택하는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마음을 전할 수 있어 좋아한다. 적게는 1만 원 미만으로도 좋아하는 상대방에게 관심을 표현할 수 있다. 만나서 사 줄 수 없을 때,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음료를,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커피 쿠폰을 보낸다. 친한 사람뿐만 아니라 지나치기에는 불편하고 챙기자니 부담스러운 상대에게 적당히 유용하다.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는 가격대로 예의를 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타 커피 브랜드에 비해 매장수가 월등히 많은 점도 큰 장점인 것 같다. 커피하면 스타벅스라는 공식이라도 있는 것처럼 커피 쿠폰이라는 검색어만 넣어도 스타벅스 선물하기가 가장 먼저 화면에 뜬다. 이디야,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커피 프랜차이즈는 많지만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투썸플레이스나 커피빈의 커피맛을 더 높게 평가하지만 모바일 쿠폰 사용차원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어쩌다 투썸의 쿠폰을 받으면 차를 타고 나가서 선물을 챙겨 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기프티콘 판매량이 궁금했지만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감으로만 스타벅스의 우위를 실감할 수밖에.
스타벅스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물해야 한다고 마음먹으면 앱을 켜서 스타벅스부터 검색하는 내 모습을 보았다. 쉽고 편하게 날리는 만큼, 어쩌면 많이 받는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보냈네"라고 확인만 하고 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벅스 쿠폰이 너무 많다고 행복한 불평을 하던 지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가벼워서 좋긴 하나 가벼워서 증발하는 수증기 같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언제까지 스타벅스가 강자로 남을지 살짝 궁금했다. 모바일 시대, 마음을 담아주기를 바라는 건 덤이고, 편리함의 대명사로 스타벅스를 자주 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