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24
오전 시간에 그것도 스벅에 가는 일은 극히 드물다. 즉흥적인 계획이 틀어지고 집에 들어가기가 어쩐지 아쉬웠던 날, 커피 기프트콘이 생각났다. 시원한 카페에라도 앉아있으면 기분 전환이 될까 싶었다.
1층을 지나 2층에 발을 디딘 순간 이런 분위기이구나 싶었다. 널찍한 공간 덕분에 각자 원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슬쩍 둘러보니 60여 명 정도가 있었다. 그중 50여 명이 나처럼 혼자 온 사람이었다. 노트북을 끼고 열중한 사람들만 보였다. 도서관을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이 맛에 도서관 대신 카페를 찾는 건가 싶을 정도로 홀로 작업하는 사람들의 성지처럼 보였다. 벽 쪽 테이블 자리는 기본이고 중앙에도 길고 넓은 작업용 테이블이 세 개나 펼쳐져 있었다. 마침 극장의 맨 뒷 줄 좌석 같은 자리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 간간히 관찰자가 되었다.
음악은 흘렀다. 카페지만 말소리를 쫓아야만 눈에 보일 정도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영어가 들렸다. 40대로 보이는 여성들 5명이 모여 있었다. 리더인지 강사인지 한 사람이 영어로 대화를 주도하고 옆에 앉은 분들은 듣고 있었다. 굴러가는 원어민 발음은 아니었지만 자신감은 넘쳤다. How really, fantastic, wow 같은 장구 치며 튀어나오는 단어들이 무시할 수 없이 크게 들렸다. 가끔 다 같이 웃고 대화를 이어가는 듯했다. 멀리서 보니 영어공부하는 주부들 같아 보였다. 꾸역꾸역 할 수 없이 하는 학생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정이 느껴졌다. 외국인도 없이 한국인들끼리 그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영어를 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았다. 그것도 홀로 공부하거나 일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조용한 카페에서 거리낌 없이 노력하는 그들의 용기가 남달라 보였다. 어떤 목적으로, 어떤 배경으로 영어를 말하고 있는지 살짝 궁금하기도 했다. 한국사람들끼리 영어로 대화하는 걸 무척이나 불편하게 생각했던 나는 지금도 하라면 어색해서 참을 수가 없다. 그런 만큼 엄청 잘하지 못했나 싶기도 하다. 정해진 시간이 끝났는지 다시 한국인으로 돌아온 그들은 모국어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색하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한 장면이었다.
오전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들이 모인 덕분에 스타벅스가 건재하는 것 같기도 했다. 집중하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내게도 전해지는 순간, 이래서 스벅을 찾는구나 싶었다. 넓고 쾌적한 공간, 누구나 와서 눈치 보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이 시간만큼은 스벅 홍보대사라도 된 듯했다. 집에서라면 집안일에, 나태함에 흘러가는 시간을 잡지 못하고 보고만 있을 텐데, 역시 나오면 뭐라도 하나 싶었다. 나와 상관없는 타인들 속에서, 그것도 도서관 같은 카페에서 충전하고 가볍게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