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20
친구.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친구란 가깝게 오래 사귀어 정이 두터운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인생이라는 동그라미 안에 친구라는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한다. 학창 시절 일상의 희로애락을 책임지는 대표적인 인간관계였다. 친구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어울려 시간을 보내고 좋든 싫든 추억을 남겼다. 그러나 영원한 우정을 약속했던 특별하고 소중했던 친구들이 각자 다른 길을 찾아 떠나면서 이런저런 상황 속에서 점차 내 인생에서 멀어져 갔다. 삶을 살아가는 가치관과 방식에 따라, 그에 따르는 인생 이벤트의 유사성에 따라 친함과 멀어짐이 이어졌다. 중년이 된 지금 카톡으로 안부라도 묻고, 가끔 만나는 친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다. 그것도 고등학교 3년을 동고동락했던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대학교 이후에 만난 친구는 더 적다.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동료는 친구관계까지 갔어도 직장을 떠남과 동시에 슬그머니 연락이 끊겼다. 아이가 생기자 나를 축으로 하던 인간관계가 점차 아이 중심으로 옮겨갔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만난 아이 친구 엄마들과는 친구가 되기 쉽지 않았다. 아이의 활동과 학습을 전제로 만난 사이라 그런지 사무적인 관계로 간간이 만남이 이어졌고, 서로의 이름은 묻지 않고 아이의 엄마로만 불리는 애매한 관계였다. 학원정보 공유와 같은 모임의 성격이 강해서 고학년이 될수록 학업을 놓고 경쟁의식이 깔려있어 속내를 털어놓는 사이는 못 되는 듯하다. 상황에 따라 친구가 되기도 하고, 친구였다가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인간관계일뿐 나이가 들수록 친구라는 사람을 만나 사귀기는 더욱 어렵게 되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동네 동갑내기 친구들이 생겼다.
올봄 근력운동을 시작해 벌써 겨울이 되었으니 시간이 꽤 흘렀다. 그동안 나에게 생긴 기분 좋은 변화 중 하나는 운동을 하면서 친구를 사귀게 된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학교에 등교하듯이 주 3일 운동시간에 만나서 반가워하고, 오고 가면서 일상을 이야기한다. 결혼을 했어도 자녀가 없는 친구 A, 늦은 결혼으로 초등학교 저학년 연년생을 키우는 B, 중학생 자녀를 키우는 C까지 모두 주부인 우리의 결혼생활 모습은 다르다. 공통의 화제가 있어야 친구가 될 것 같았는데, 인생 계단의 다른 위치에 서 있는 듯해도 우리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서로 묻고 답하고, 공감해 주고, 가끔 조언도 해주고. 편안하다. 오래간만에 친근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고, 나도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해서 참 좋다. 그 덕분에 운동시간이 즐겁다. 혼자 가서 운동만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보다는 나물에 곁들이는 참기름처럼 친구들이 있어 일상의 맛이 살아났다. 즐거워졌다. 앞으로도 함께 운동하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서로 챙겨주고 싶다. 언젠가 뜻하지 않게 관계가 소원해질 수도 있지만, 미리부터 회의적인 생각은 접어두고, 지금 이 순간 만난 친구들과 잘 지낼 것이다.
나이 들어 만난 친구는 또 다른 맛이 있다. 경쟁심과 비교라는 불순한 마음이 점차 사라지고 그저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나이 들면 친구뿐이라는데. 내 친구는 몇 명으로 남을 것인지. 나의 성장을 지켜본 친구들과 나의 일상을 함께하는 친구들로 삶을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 그저 친구들을 만나 밥 먹고 수다 떠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시어머니처럼, 나도 그런 노년을 기대해 본다.
* 검색에서 우연히 발견한 우정에 관한 시인데, 참 편안해서 여기에 남긴다.
우정
앤드루 코스텔로
우정은 편안함이다
생각을 가늠하거나 말을 판단할 필요가 없는
그런 사람과 함께 있을 때의 안전함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편안함이다
있는 그대로를 전부 드러내 보이며
농담하고 웃을 수 있는 사람
충실하고 다정한 손을 내밀며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을 지켜주고
안도의 숨으로 나머지 것들을 날려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