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은 여자 아이돌 걸그룹 아이브(IVE)를 좋아한다. 언젠가부터 혼자 집에서 유튜브를 보고 춤을 따라 추기 시작했다. 제법 진지했다. 혼자 하는 것보다는 여럿이 같이 추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아 댄스학원 등록을 제안했다. 처음엔 부끄럽다고 하더니 곧 가겠다고 했다.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댄스 학원, 문화센터 중 적당한 곳을 찾다가 문화센터로 정했다. 매주 1시간씩 K-POP댄스를 배운 지 3개월이 되어간다. 요새 아이들은 생후 6개월이 지나면 슬슬 문화센터에 다니기 시작하는데, 우리 집 아이들은 문화센터 경험 없이 지금껏 자랐다. 초등 4학년이 돼서야 처음으로 문화센터 교육을 받게 된 셈이다. 내 성격과는 다른 딸을 키우면서 덕분에 색다른 세상을 구경하게 되었다.
댄스 강좌 첫날, 수업 온 아이들을 지켜봤다. 6살부터 11살까지 나이는 달랐지만 춤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모두 같아 보였다. 첫 댄스곡은 딸이 원하는 아이브 곡이 아닌 전소미의 fast forward였다. 수업 후 배운 내용을 부모들에게 잠깐 공개했다. 강사의 지도에 따라 손과 발을 어설프게 움직이며 따라 하는 유치원생들은 그저 귀여웠다. 8-9살은 동생들보다는 동작 연결이 조금 더 자연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이 반의 선임인 딸과 동년배들은 아이돌이 된 양 절도 있게 춤을 췄다. 딸은 눈이 마주치자 부끄러워하면서도 앞에 놓인 전신 거울을 보면서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집에서 혼자 할 때보다 진지하고 멋있어 보였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오늘 배운 춤이 어땠고, 누가 더 잘하고, 어떻게 연습을 해야겠다는 등 이런저런 이야기로 재잘거렸다. 1시간 수업 후에 생각이 많아진 듯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어려서부터 춤을 배우러 다닌다는 게 신기했다. 우리 집만 이런데 오는 게 아니었구나, 세상 물정 모르고 산 엄마였다는 것을 실감했다. 유튜브 세대라서 가요와 댄스 같은 대중문화에 일찍부터 노출된 영향인 것 같다. 점점 접하는 나이가 낮아지고 있는 게 과연 좋은 걸까,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다. 몸치라 춤에 대한 관심은 1도 없는 나 같은 엄마한테서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딸이 생겼다는 것도 놀라울 뿐이다. 그 후에 뉴진스(NewJeans)의 ETA와 화사의 I LOVE MY BODY를 배웠다.
집에 돌아와서도 늦은 시간에 피곤할 텐데 복습을 하겠다며 여전히 거울 앞에서 동작을 열심히 연습한다. 좋아하는 건 시키지 않아도 저렇게 열심히, 즐겁게 하는 게 우리 모두의 본능이다. 공부와 숙제에는 잔소리가 끊이지 않는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제일 행복한 사람인게 맞는 거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열심히 하게 되고, 열심히 해서 성과가 좋아지면서 더 열심히 하게 되어 계속 선순환이 일어나 결국 만족한 삶을 살게 된다. 연습을 마치고 매번 나에게 춤을 보여준다. 어리게만 봤던 딸이 복잡해 보이는 손동작을 하면서 나름 요염하고 섹시한 표정까지 지어가면서 춤을 추니 웃음만 나온다. 요염하고, 섹시하다는 뜻을 알기라도 할까 마음속으로는 궁금했지만 춤이 끝날 때까지는 묻지 않고 그저 웃으며 바라만 본다. 진지하게 감상할 수 없어서 미안하기도 하다. 그저 웃음이 나온다. 하루 중에 맘껏 웃을 수 있는 시간이다. 댄스 수업 덕분에 딸은 활력이 생기고 춤을 잘 추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스마트폰만 보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 훨씬 운동이 되고 있다. 덕분에 나는 딸의 춤을 감상하는 즐거움에 웃음꽃을 피운다. 내 앞에서 맘껏 춤을 추는 아이가 고맙다. 엄마 앞이라 모든 게 가능하지. 건강하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잘 자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