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34
앞서 간다.
아들이 아빠 손을 잡고 성큼성큼 걸어간다. 키는 얼추 비슷하고 덩치는 더 커졌다. 혈기왕성한 10대의 건장함으로 약해져 가는 50대 아빠를 보호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랑 나서면 한 발짝 뒤에서 무심하게 따라오는 보통의 중학생 아들인데, 아빠랑 나갈 때면 새삼스레 다정해진다. 밖인데, 아이 때처럼 아빠손을 잡고 걷는다. 그런 아들이 귀엽다. 언제 저렇게 훌쩍 컸나 싶어 뿌듯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남편이 부럽다. 엄마 손은 절대로 잡을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나? 머릿속으로 따져보니 10살이 넘으면서부터 내 손을 잡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림의 떡 같은 아들 손 잡기는 달성하고픈 미션이 되었다.
둘의 뒷모습을 기억하고 싶다. 보통은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헤어지기 싫은 마음을 억누르느라 애잔하고 쓸쓸하다. 일상생활에서조차도 그 사람의 땀과 눈물이 달라붙어 있는 것 같아 등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이들이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학교로, 학원으로 가는 모습에도 가끔 그들의 애씀이, 생존의 발버둥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런 상황에서 만나는 뒷모습과 달리 내 울타리 안의 두 남자의 뒷모습은 사랑이었다. 정면으로 바라볼 때와는 색다른 감정이 스며들었다. 정작 본인들은 별생각 없이 손잡고 다니는데, 과장 한 수 푼을 보태 흐뭇한 할머니 눈으로 둘을 바라본다.
손을 맞잡고 발을 맞춰 걸어가며 "우리 이만큼 친해요"라고 세상에 외치는 것 같다. 부자끼리 통하는 15년간 쌓은 정이 이럴 때 도드라져 보인다. 예로부터 동네 아저씨들이 이야기했다. 아들 낳으면 같이 목욕탕에 가는 게 꿈이라고. 우리 집은 아쉽게도 부자가 함께 목욕탕에 가 본 적은 없지만 이만하면 충분히 친한 것 같다.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고 걸을게 뻔하다. 역사만큼은 이제 아들이 아빠의 지식을 넘어선 듯하다. 점점 몸만큼 머리와 마음이 성장하는 중이다. 가볍게 잡은 두 손을 놓지 않는 아빠와 아들로 살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