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55
39도가 넘었다. 불타는 고구마라고 불러도 될 만큼 벌건 얼굴에 찡그린 표정으로 아들은 연신 아파요 아파요 하며 괴로워했다. 평화로운 주말이 슬슬 끝나갈 무렵 갑작스러운 열로 집안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코로나에 걸렸을 때도 열이 없었는데 이게 얼마만인가. 거의 10년 만에 열과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은 꼬마였던 그때를 기억하는 듯했다.
엄마가 수건을 이마에 올려주고 밤새워 저를 지켜주셨잖아요.
그땐 거실에 발가벗겨놓고 물수건으로 닦고 또 닦고.
초보엄마는 극도로 긴장하며 밤을 새웠다.
그동안 참 무탈하게 컸구나. 새삼스럽게 고마웠다. 이마와 목에 물수건을 올리고 다리를 시원하게 해 줬다. 덥수룩한 털과 근육으로 무장한 성인 남자 다리를 보는 듯했다. 뜨끈뜨끈 이마처럼 뜨겁기는 마찬가지였다. 물수건으로 닦아주며 아기처럼 어루만져주었다. 열기에 가뿐 숨을 내쉬며 눈을 감고 있었다. 갑자기 내 품 안에 안기던 작은 꼬마가 된 듯했다. 큰 덩치는 어디로 가고 여리디 여린 아이로 돌아갔다. 해열제를 먹이고 두세 시간이 지나자 다행히 열이 내렸고 잠을 자러 갔다. 아기때와 달리 각자의 방에 누웠고, 아프면 깨우라 했다. 별일 없길 바라며 자리에 눕자마자 내 눈은 바로 감겼다.
엄마, 열나요.
그래? 몇 시니?
5시요.
잠시 눈을 붙인 거 같은데 4시간쯤 흐른 뒤였다. 다시 39.7도를 찍으며 핵핵거렸다. 아이고, 어떡하냐, 잡히지 않는 열에 순간 무얼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해열제 시간 간격을 확인하고는 또다시 해열제를 먹였다. 물수건을 올려두기가 무섭게 찜질수건이 된 듯 뜨거웠다. 처음처럼 이마, 목 다리에 수건을 올리고 내리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창문으로 빛이 들어왔다. 해가 떴다. 7시 반쯤 되니 열이 그나마 내려 38도 전후가 되었다.
병원으로 향했다. 집 앞 소아과는 오픈 30분 전부터 대기로 북새통인데, 여긴 3명 정도만 기다리고 있었다. 전날 했던 독감 검사를 다시 하니 이번에는 선명한 빨간색 줄이 "독감입니다"라고 말해주었다. 이미 예감한 듯 아들은 침대에 누워 해열제와 수액을 맞았다. 축 쳐진 아들에게 붕어빵을 사줬다. 뭐라도 먹게 하고 싶었는데 마침 병원 앞에 붕어빵 트럭이 보였다. 따끈한 슈크림 붕어빵을 먹으며 얼굴이 조금 편안해 보였다. 어정어정 걸어 차에 타자마자 눈을 감았다. 그렇게 생애 첫 독감 공격을 받은 아들은 며칠 동안 방에서 조용히 지냈다. 고열이 먼저 사라지자 근육통과 오한도 뒤를 이어 서서히 물러갔다. 기침과 두통은 아직 남아있지만 그래도 살만하다고.
독감 예방접종의 필요성을 깨닫고, 학교와 학원에서 잠시 해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