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29
외출에서 돌아와 간식으로 고구마를 찌고 녹차를 끓였다.
명동 앞을 지나면서 롯데백화점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에 입이 딱 벌어졌다. 뉴스에서 들은 3대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장식 중의 하나였다. 오후 5시 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이어지는 점등 시간 동안 화려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해 거리를 환하게 비춰준다는 설명을 봤다. 조명 없이도 오래간만에 유럽의 거리를 보는 듯했는데, 조명까지 켜지면 지구 반대편의 크리스마스 거리로 착각이 들 정도로 화려할 것 같다. 결혼 전 12월 초쯤 방문했던 폴란드와 덴마크의 크리스마스 마켓 분위기가 새삼스레 떠올랐다. 기사에 따르면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신세계백화점은 2분기 매출이 감소, 현대백화점은 3분기 매출이 감소했다고 한다. 소비자의 닫힌 지갑을 열기 위해 크리스마스 장식이라는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만한 투자를 했는데 연말 특수를 앞둔 백화점들의 4분기 매출 실적은 어떨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저 분위기라면, 나도 지갑을 열고 크리스마스 소비의 축제에 동참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다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씁쓸하다. 요새 고정 지출비용이 늘어나다 보니 주머니가 자꾸 얇아져 마음까지 위축된다. 외벌이라 월급은 정해져 있는데 아이들 학원비, 간식비, 그리고 엄마 돌봄 비용을 합산하면 누구 말처럼 생활비가 은행계좌에 잠시 쉬었다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져 버린다. 순식간에. 아파트 관리비와 학원비 결제일이 눈앞에 다가오고 연말도 같이 다가오니 마음이 심란하다. 절약 정신이 몸에 밴 한 친구는 중학생인 아들의 공부를 지도하고, 식당에 놓인 티백도 챙기며, 옷 한 벌 사서 10년 넘게 입을 정도로 줄이고 산다는데. 그 친구처럼 살 자신도 없다. 문제는 주머니가 얇아지면 마음의 여유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주변을 살피고 여유롭게 웃으며 하루하루 살지 못하고 남과 비교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위축되어 우울감의 지배에 놓이게 된다. 그렇게 될까 봐 두렵고, 그러기 전에 나를 살피는 중이다. 비록 주머니는, 주머니는 얇아지지만 마음은 두둑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주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없어도 베풀고 사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어떻게 마음을 챙겨야 물질과 마음의 동반관계를 별개로 분리시킬 수 있을까. 나에게는 머나먼 수양의 길로 느껴진다. 남과 비교하는 시간에 나를 돌보고, 내 가족을 돌보는데 집중하다 보면, 우울감이 나에게 친구 하자고 하지 않겠지.
헛헛한 속을 따끈한 고구마가 데워주었다. 누군가의 따스한 손길이 내 등을 토닥토닥 어루만져주는 듯했다. 애들 키울 때는 다 그래, 보통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살지라고. 그 온기 덕분에 멍했던 머릿속도 찬 속도 치유되는 듯했다. 1년 내내 고구마 곁에 살고 있는 나인데도 오늘의 고구마는 어느 때보다 더 달고 맛있었다. 고구마의 사랑이 내 속으로 전해졌다. 김이 나는 노오란 고구마를 베는 순간, 이 또한 소소한 행복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