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을 보내야 하는 친구?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1

by 태화강고래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는 친구의 생일을 알려주는 친절한(?) 서비스가 있다. 개인 정보인 생일을 공개하는 것도 부족하다 싶었는지 바로 선물을 보낼 수 있는 "선물하기" 버튼도 짝꿍처럼 붙어 있다. 문제는 카톡에 있는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친구가 선물을 주고받을 정도의 친구가 아니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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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친구 관리


전화번호를 저장하면 자동으로 "친구"가 된다. 물론 선택적으로 친구로 저장할 수도 있긴 하다. 직장 내 상사나 부하직원의 생일이 뜬다. 오래전 알고 지냈지만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 사람의 생일. 진짜 친한 친구의 생일. 인간관계의 층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친구들의 생일이 당일 아침 카카오톡을 여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다. 선물해야 할 사람과 안 해도 되는 사람으로 구분된다. 사실 언젠가부터 생일 알림이 와도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실제로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내가 꼭 챙길 사람의 생일은 알림이 오기 전에 기억하고 챙겨주며, 혹시 잊으면 알림 덕분에 잊지 않고 챙긴다. 가끔 내가 기대하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케이크로 대표되는 기프트카드를 받으면 놀람과 함께 고마움이 1분간 잠깐 느껴지고 그 사람의 생일을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슬그머니 따라온다. 동시에 나를 축하해 줄거라 예상했던 사람에게 선물을 받지 못해도 서운함이라는 뒤끝이 남는다. 물질적인 표시가 마음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인 냥 이래나 저래나 마음이 편치 않다.


오후에 티라미수, 치즈케이크, 시폰 조각케이크를 아이들과 함께 먹으며 달콤한 오후를 보냈다. 지인이 보내온 케이크 기프트카드 덕분이었다. 내가 아닌 지인이 받은 선물이었는데, 많다고 하면서 나한테 보낸 거였다. 직장생활을 하는 그 사람은 생일이면 너무 많은 선물을 받아 처리하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그만큼 챙겨야 하는 사람도 많다고 푸념했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선물을 받으면 더 비싼 선물을 보내야 할 것 같아 은근히 신경 쓰인다는 얘기도 했다. 다른 지인은 카톡 친구 생일 알림에 신경이 쓰여 본인 생일 알림을 꺼버렸더니 마음도 편하고 진짜 친한 친구한테 축하받으니 기분이 좋다고. 그간 받은 키프트카드가 부담스러웠고, 문제는 좋아하지도 않는 브랜드의 선물을 받는 게 더 싫다고 했다. 직장생활에서 벗어난 내 경우엔 넘치는 기프트카드를 처리하느라 수고스러울 일이 없지만 받는 사람에 대한 배려 없이 그냥 선물이라고 보내면 처리하기가 어려울 것도 같다.


결국, 인간관계 관리에 도움이 되라는 취지로 만들어졌을 생일 알림은 부담스러운 존재이다. 선물 챙기기는 원만한 사회생활에 필수적인 인맥 네트워크의 꽃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피로감을 느낀다. 주거니 받거니 해야 한다는 기대심리 때문에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긴다. 보낸 사람의 마음을, 받는 사람의 마음을 한 번쯤은 생각할까? 남이 선물로 받은 케이크를 대신 먹고 별 거 아닌 생일 알림을 생각하고 글로 쓰는 내가 과민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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