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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글의 근육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4

by 태화강고래

아이들 등교 준비와 함께 운동 갈 준비를 하느라 아침 시간은 매번 분주하다. 레깅스에 헐렁한 티셔츠를 입은 나를 보고 집을 나서는 아들이 말했다.


"엄마, 근력이 생기려면 살이 먼저 쩌야 돼."


매년 받는 건강검진에서 저체중이라는 결과를 마주한다. 암 치료 후 5kg 정도 빠졌다. 50kg 초반이던 몸무게는 지금도 50kg을 넘어가지 못하고 멈춰 섰다. 흰 밀가루가 들어간 인스턴트식품은 거의 안 먹는 식단 덕분인지 쉽게 찔 수 있는 몸무게는 변함없이 그대로다. 보는 사람마다 본인의 살을 나에게 주고 싶다는 농담도 흘린다. 일상 속 삶의 질을 따져봐도 살은 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느새 170cm가 넘게 훌쩍 커버린 아들은 근육으로 탄탄한 자신의 다리와 가늘고 출렁이는 내 다리를 자주 비교한다. 코로나로 집에만 갇혀 지내 몸무게가 갑자기 증가한 주변 아이들과 달리 아들은 운동 덕분에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그것도 근육이 켜켜이 쌓인 건강한 몸으로. 초등학교 입학 후 반 친구들과 시작한 축구 덕분에 아들의 인생은 달라졌다. 축구 덕질하듯 깊숙이 축구의 세계에 빠져든 아들은 혼자서 기술을 읽혀 연습하고 학교에서 짬이 날 때마다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축구하느라 온 힘을 쏟고 집에 돌아온다. 물론 게임도 축구 게임을 하고, 유튜브도 축구에 관한 것을 본다. 모든 게 축구다.


난 본격적으로 근력운동을 시작한 지 겨우 7개월이 되었으니 가야 할 길이 멀다. 아들의 축구사랑만큼은 아니더라도 운동을 사랑해야지 내 몸에 근력도 자리를 잡겠지. 누울 자리를 보고 자리를 뻗듯이, 지금껏 근력과는 별개의 삶을 살아온 나인데, 갑자기 근력이 생길 리 만무하다. 아들이 말한 것처럼, 먼저 살을 찌우고 나서 근력을 만들기라는 순서에 얽매이지 말고, 운동을 계속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들은 모르지만, 내 몸은 안다. 눈에 띄지 않는 규칙적인 운동의 효과는 슬그머니 내게 찾아왔다. 이제는 운동을 안 하면 어색할 정도가 되었다.


올해 일상의 변화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근력 운동하러 다니기와 글쓰기다. 전신거울 앞에서 같이 운동하는 20여 명의 사람들의 근력의 크기는 천차만별이다. 방구석에서 나와 한 배를 탄 사람들과 함께 하니 의욕도 생기고 지나온 길과 가야 할 길도 보인다. 일기 쓰기에서 벗어나 브런치라는 열린 공간에 내 글을 감히 선보이는 것도 비슷한 느낌이다. 둘 다 하루아침에 눈에 보이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발적인 습관으로 만들어 본인의 의지와 인내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도 같다. 그냥 하기도 어려운데 필요한 영양분을 보충하여 살도 찌워야 한다. 몸에는 건강한 음식을 넣고, 머리에는 다양한 직간접 경험을 넣어줘야 근육도, 글도 힘이 생긴다. 뼈대에 살을 잘 붙여 튼튼한 몸과 글을 키우는 노력을 오늘도, 때론 귀찮고 힘들고 외롭지만, 끝내고 나면 슬며시 먼저 찾아오는 만족감 덕분에 할 일을 마칠 수 있다. 근육과 글쓰기의 힘이 생기는 그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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