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따뜻함이 '툭' 하고 내려앉았다.

by 지니의 쉼표

지난주 금요일

며칠째 직장에 차를 두고 다녀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목요일엔 '오늘은 갖고 가야지'했는데

차키를 집에 두고 출근을 해 버린 것이다.


숙직선생님에게

"차키를 두고 와서, 오늘도 그냥 가야 하는데 괜찮나요?" 하니

" 주차비는 많이 나오겠지만 괜찮아요. 잘 데리고 있을게요~"

하며 농담을 거는 그런 편안함이 있으신 분이다.


키를 두고 오지 않았어도 차는 놓고 가야 할 만큼 눈이 엄청 와서, 옆반 샘과 둘이 걸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전날 밤새 눈이 많이 와서 혼자만 눈을 가득 뒤집어쓰고 있을 내 차를 떠올리며

마지막 학생을 배웅한 뒤 주차장으로 갔다.


그런데 멀리서 보이는 내차가 깨끗했다.

눈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엔

'애들이 뒷마당에서 눈싸움을 했구나 다행이다' 생각했지만

가까이 가보니 그게 아니었다.

누군가 내차의 눈을 깨끗하게 치워 준 것이다.


숙직선생님이실까? 주무관님이실까? 누군지 모르지만

그 사람은 생색 한 번 내지 않고

요정처럼 다녀간 흔적만 남겼다.


그 순간
따뜻함이 '툭'하고 내려앉았다.


누군가 나를 생각해 줬다는 것.

내 하루가 조금이라도 덜 힘들길 바랐다는 것.

나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마음.

눈 위에 흔적만 또렷하게 남겨두고 간 것이다.


고마움이

오늘 나의 힘겨운 하루를 위로한다.


또다시,

그날의 눈은

오래전 상처들 위에 따뜻함 가득 담아

조용히 내려앉는다.


조각조각 난 상처 위에

포근하게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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