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리 1

내 몸이 늙어간다.

by 지니의 쉼표

돌부리가 없어도 요즘 나는 자주 넘어진다.

평균 수명이 올라가서 아직도 50년은 더 살아야 할 것 같은데

몸은 여기저기 삐그덕거린다.


3살때 돌부리에 넘어지면 엄마가 옆에서 "괜찮냐?" 물어봐줬다.

13살때 돌부리에 넘어지면 친구가 같이 앉아서 "깔깔깔"그 순간이 그냥 즐거웠다.

23살때 돌부리에 넘어지지 않게 옆에서 잡아주는 사람이 있었다.

33살때 돌부리에 넘어지는 아이들을 챙기느라 정작 나는 넘어질 틈도 없었다.

43살때 돌부리에 넘어지면 혼자 툭툭 일어나 체면이라는 걸 챙겼다.


53살.

이젠 돌부리가 없는데도 맥없이 넘어진다.

몸이 늙어간다.


자주 넘어지는 것.

퇴화하는 내 몸이 보내는 신호 같았다.

어느 글에서 봤는데

근육 불균형으로 발목 잡아주는 힘이 떨어지면 사람이 쉽게 넘어진단다.


발목, 발바닥, 종아리, 허벅지...

근육이 약해지면 몸 전체의 안정성이 떨어져 아무 이유 없이 쓰러질 수 있다는 글을 읽고
'내가 잘못 걷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돌부리도 없는데,

사람 많은 곳에서 갑자기 넘어지면

특히 다른 사람 커피까지 사들고 걸어가는 도중 넘어진다면

시선이 쏠리는 것이 싫어서

내 몸 살피는 것은

아무도 없는 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가능했다.


무릎이 다 까지고, 피가 줄줄 흐르지만 넘어진 자리에서는 내 상태를 살피지 못한다.


체면 때문인지

습관 때문인지

커피부터 세우고

툭툭 털고

아무 일도 없던 사람처럼 걸어간다.


그리고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지점에 도착해야

그제야 혼잣말을 한다.

"힝... 너무 아프다. 앗, 창피해"


왜 나는 늘

나를 살피는 일을 뒤로 미룰까


우리나라의 체면문화 때문일까

아니면 나만 이런 걸까.


나이가 들수록

길바닥에서 맥없이 넘어져

체면 구겨지는 일이 자주 생긴다.


차만 타고 다니다가

오랜만에 걸어서 그런 걸까.

다른 이유가 있을까?

알고는 싶지만...


또 내 잘못일 것 같아서,

내가 내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일 것 같아서

이유를 들여다보는 것도 미루고 있다.


삐그덕거리는 내 몸.

오늘도 돌부리가 없는데도 넘어진다.


돌부리가 없는데도 넘어지니

내 인생 같다


이제야 나를 돌보라는 신호인가 보다.


*사진출처: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