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가 크면 싫은 이유

나는 왜 목소리가 큰 사람 앞에서 먼저 긴장할까?

by 지니의 쉼표

우리 집에서 내가 제일 밝다.

식구들은 조용하고 나긋나긋하다.

시끄럽지가 않다.


그래서 나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 부담스럽다.


우리 집에선

목소리가 커지는 순간은

오직 화를 낼 때뿐이다.



즐거워도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걸.

결혼을 하고 나서야 알았다.

시댁 식구들이 목소리가 크다.

남편도, 첫째 아이도 즐거우면 목소리거 한껏 커진다.


거의 삼십 년을 조용히 살아온 나에게 그 소리 역시 익숙해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여전히 목소리가 큰 사람이 부담스럽다.




얼마 전, 집에 누수가 나서 수리하시는 분이 오셨다.

오신 지 십 분도 안되어

내 혼이 다 빠져나갔다.


본인 사는 집 크기,

가게 주인인 거,

전화번호 저장법까지....

나는 알고 싶지 않았지만 거절하지 못한 채,

그 큰 목소리를 내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그분이 가고 나서 가족들에게 말했다

"다음엔 혼자서는 못 하겠어"

그날 이후, 큰 아이들이 번갈아 가며 그분을 상대했다.




나는 왠만하면 참는 편이다.


큰 목소리로 내 아이를 막대하는 순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때, 엄마인 나는 강해졌다.

"전 제 아이들을 욕 한 번도 안 하고 키웠습니다. 욕하지 말아 주세요.

조금 전에 '이제 가 있어'해 놓고는 가서 앉은 지 오 분도 안되었는데 '야, 이 새끼야 어디 간 거야' 하시면 어떡해요?"


그분은 오히려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무슨 욕을 했냐"라고,

그때 둘째도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앉아 있으라고 하시자마자 부르셨어요"


그제야 그분도

자신의 목소리가 크다는 걸 알고 있는 듯했다.

자기가 노래해서 그렇다며 웃었다.


나도 고등학교 때 학교 중창단이었다.

알토 파트였고, 교회에서도 전체 성가대 소리에서 혼자 음을 잡을 만큼 목소리가 큰 편이었다.

노래하기에 크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난 맞추는 쪽이 익숙한 사람이라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아이들을 막대 하는 건 넘어갈 수 없었다.


나는 내 아이들을 지켜주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싸우지 않아도 내 감정을 분명히 전할 수 있다는 걸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여전히 나는,

목소리가 큰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목소리가 크면

나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고 해도

나는 이미 혼나는 것처럼 느낀다.


목소리가 작은 집안에서 자라서인지,

목소리가 크던 순간은 안전하지 않았다는 기억인

화가 날 때 만 목소리가 커지는 집 분위기 때문인지,

목소리를 감정이 아닌 태도로 받아들여져서 그런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나는

목소리에 예민하다.


그날은

욕하고 큰 목소리로 아이를 막대한 그 어른으로부터

내 아이를 지켜낸 어른이고 싶었을 뿐이다.




*사진출처: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