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의 터키, 지금의 나

시간이 흘러 풍경은 달라졌다

by 치세

그때 한 달 동안 터키 여행을 간다고 하면

사람들은 꼭 이렇게 물었다.

“그리스도 가고, 다른 나라도 가지 왜 터키만?”

지금은 나도 일주일, 열흘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이가 들었고, 더 이상 배낭여행이 설레지 않는다.

이젠 고급 호텔, 편안한 일정,

와인을 곁들인 저녁이 나의 여행이 되었다.


터키의 마르마리스에는 아직도 보트 크루즈가 있을까.

그때는 여행자들이 모두 같은 배에 올라

낯선 사람들과 며칠을 함께 항해하며

별빛 아래에서, 물을 섞으면 우윳빛이 되는 터키의 술 ‘라키’를 마셨다.


카파도키아에 갔을 땐 괴레메 마을 근처에서

동굴 유적지만 둘러보는 투어가 전부였다.

하늘엔 열기구 하나 없었고,

돌과 바람의 색이 뒤섞인 황량한 풍경만 있었다.

지금은 그 하늘을 수백 개의 열기구가 물들이고,

동굴은 호텔이 되어 은은한 노란 불빛으로 시선을 붙잡는다.


2018년, 윤도현과 하현우가 터키를 여행한

〈이타카로 가는 길〉에서

그들이 카파도키아의 열기구를 처음 보고 감탄하던 장면이 생각난다.

나의 여행 때는 없었던 풍경이

이제는 터키의 아침을 상징하게 되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돌산 위에,

새로운 하늘이 얹힌 셈이다.

다른 나라는 옛날이 좋았는데,

터키, 특히 카파도키아만큼은 지금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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