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만난 고대 로마의 시간
터키의 한 지역인 파묵칼레는
터키어로 ‘목화의 성(Cotton Castle)’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오랫동안 흘러내린 온천수가 석회암을 적시고 적셔,
눈밭같이 하얀 신비한 형태를 지어냈다고 한다.
멀리서 바라보면 스키장의 설원과 똑같은 모습을 지녔다.
파묵칼레의 온천샘들을 하나둘 구경하며
하얀 언덕을 다 걸어 올라오면
고대 로마 황제와 귀족들의 휴양과 힐링의 도시였던,
히에라폴리스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곳에는 로마 시대의 온천 수영장인, '앤티크 풀'이 있다.
클레오파트라가 피부 미용을 위해 이 수영장을 찾았다고 해서,
'클레오파트라의 수영장'이라고도 불리는
이 아름다운 온천샘에는
3000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마르지 않는, 멈추지 않는, 신과 인간의 시간이 겹친 공간이다.
화려한 대리석 건물과 회랑으로 둘러싸인
성스러운 온천샘이었던 이곳은,
7세기에 대지진을 겪으며 모두 무너지고 갈라져,
그 흔적이 샘 속에 잠겼다고 한다.
덕분에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은 이 유적 수영장에서
무너진 기둥들과 잔해들 사이를 헤엄치는,
한나절의 로마인이 되는 특권을 누린다.
이곳에서 고대의 시간을 품은 물속을 유영하며
역사 사이를 헤엄친다.
어느 로마인의 손길이 스쳤을 기둥들을
나도 발로 한 번 더듬어본다.
멸망한 제국 위를 떠다니는 한가로운 한낮의 시간.
유적이라 불리는 돌덩이들을 매일 만나며
조금씩 지쳐가던 터키 여행의 나날들.
그 나날들 속에서, 박제된 시간 속에 멈춰 있던 돌덩이들이
비로소 찰랑거리며, 생명을 얻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