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이 내게 남긴 한 장면
첫 번째 인도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난 한겨레신문의 한 면을 꽉 채운
<오래된 미래>란 책의 서평을 보았다.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그 책을 샀고,
며칠 지나지 않아 뭔가에 홀린 듯
다시 인도행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오직 라다크를 보고 싶다는 일념뿐이었다.
라다크로 가는 길은 ‘애플 시티’라 불리는 마날리에서 시작된다.
고도 3000미터의 도시를 출발해
버스를 타고 4500m의 설산을 넘어
마침내 3500m의 라다크의 주도 ‘레’에 닿는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위험하다는 그 길.
버스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산악도로 아래로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말 그대로 천 길 낭떠러지가 펼쳐져 있었다.
삶에 대한 별다른 미련이 없어서였는지,
아니면 철딱서니가 없어서였는지,
난 고개를 내밀고 그 낭떠러지를 내려다보며
여기서 죽어도 좋다는, 그런 가당찮은 생각을 했던 듯도 하다.
첫날, 열몇 시간의 버스길을 지나며
주변의 경치와 공기는
마치 현대에서 고대까지로 시간여행을 하듯
고도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바꿔갔다.
푸르다 못해 검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지나친 녹음을 지나,
어느덧 풀 한 포기 없는 검붉은 바위산을 만난다.
그 바위산을 지나면
한 포기 풀만이 외롭게 자신을 알아달라 외치고 있는,
끝없는 모래로 이어진 모래산이 찾아온다.
난 내내 그 광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멈추려야 멈출 수가 없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칠흑의 어둠이 찾아왔을 때,
버스는 어디인가에 멈춰 섰고,
난 그 버스 안에서 잠을 청했다.
못 견디게 춥고, 못 견디게 배가 고팠다.
인간이란 얼마나 알량한 감정을 가진 존재인지,
어느덧 낮동안의 그 감동은 다 사라지고
난 여행을 시작한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손에 잡힐 듯 하늘에 박혀있는
깨알 같은 별들만이 날 위로해 주었다.
그 별들을 잡으려 실제로, 손을 한번 휘둘러 보았던 것 같기도 하다.
날이 밝기 시작했다.
밖이 온통 하얗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난 바로 여행의 시작부터, 내내 저 끝 까마득한 곳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로 자신을 보여주고 있던
그 설산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것이다.
밖으로 나와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걷고 또 걸었다.
고산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왔다.
걷고 걸어도 숨차지 않았다.
지치고 지친 몸은 아프지도 않았다.
내 몸은 날 잊었나 보다.
난 영혼만이 살아 있었나 보다.
그 설산의 너머에 있는 라다크에 도착,
난 거기서 한 달을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