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시간과 나를 잊은 망각의 바다

인도의 혼돈과 매혹 속으로

by 치세

아라비아해를 따라 100km가 넘는 그림 같은 해안선과

남국의 짙은 야자수가 펼쳐지고,

오랜동안 포르투갈의 식민지를 거치며 지어진,

고풍스러운 유럽풍의 건물들로 에워싸인 이곳은,

인도 속의 작은 異國이다.


원래 계획은 고아에서 잠시 머물다

'바위 유적의 도시' 함피를 지나 남인도로 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의 인도 여정은 고아에서, 그렇게 멈춰 섰다.

떠나려는 나를, 고아는 강한 힘으로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오랜 내륙 여행에 해산물이 고파서였을까.

나는 매일 탕수육 소스를 얹은 생선 요리와 칼라마리(오징어) 튀김을 먹었다.

신기하게도 그때 고아의 해변 식당에서 팔던 생선은 대부분 샤크(상어)였다.

생전 처음 맛본 그 샤크 고기를 질리도록 먹었다.

아침식사로는 바나나를 통째로 썰어 넣은 팬케이크가 일품이었다.

고아는 그저 해변 레스토랑의 소박한 음식만으로도,

고된 여정에 지친 배낭여행자에게 기꺼이 '위로의 도시'가 되어주었다.


이곳에는 유럽인들 중에서도 독일 여행자들이 유독 많았다.

나이도 20대 학생이 아닌, 주로 서른이 넘은 직장인들이었다.

해변에서 친해진 한 독일 여자에게 이유를 물으니,

독일에는 '고아 테크노(Goa Techno)'라는 이름의 디스코텍이 있을 정도로,

이곳은 '자유와 히피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심지어 고아로 오는 직항 편까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3주나 한 달간의 휴가를 온전히 이곳에서 보내며,

그 '짧은 일탈의 힘'으로 나머지 열한 달을 열심히 살기 위해

고아를 찾는다고 한다.


나도 이곳에서 한 달간 머물며

내 안에서 용납되는 만큼 나를 잊었다.

나를 더 많이 잊고, 더 많이 버릴수록,

자유에 가까워지고 그만큼 더 아름다워지는 곳.


향신료와 인센스 냄새 가득한,

토플리스의 여행자와 흰 소가 공존하는

안주나 비치의 그 해변.

보헤미안들의 아지트 같았던 그곳은,

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현실을 살아갈' 힘을 주는,

매혹적인 혼돈의 공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