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돌아온, 인디아 핸드북 1996

다시 경험하는 마법의 순간

by 치세

그 시절 길 위에는 두 부류의 여행자들이 있었다.

하나는 <론리플래닛>을 든 사람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인디아 핸드북>을 손에 쥔 사람들이었다.

론리플래닛은 여행을 꿈꾸게 하는 책이었다.

글씨가 크고 지도는 깔끔했으며,

꼭 가봐야 할 곳과 맛집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인디아 핸드북은 달랐다.

활자는 빽빽했고, 사진은 거의 없었다.

‘여기서 조심하라’, ‘밤기차 2등석엔 쥐가 나온다’ 같은 문장이 페이지마다 적혀 있었다.

우리 여행자들은 서로의 가이드북을 바꿔 읽어가며

정보의 빈자리를 스스로 메워가며 야생의 여행을 했다.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작가가 된 친구에게

브런치북을 냈다고 전하니,

그가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인디아 핸드북 1996>.

내가 인도를 다녀온 지 몇 년 후에

친구가 인도로 갈 때 나한테 받았다고 한다.

그 친구도 이 인디아 핸드북을 들고

나처럼 오랜 시간, 하지만 나와는 다른 여행을 했다.

그 여행 이후 그는 여행 작가를 꿈꿨다고 한다.


다시 만난 나의 첫 가이드북은

마치, 첫 여행의 사람들과 30년 만에 재회하는 느낌이었다.

우다이푸르의 집시 할머니, 라다크의 청년,

인도에서 우연히 세 번 만난 영국인 커플...

구겨지고 찢기고 물자국이 있는 그 가이드북에는

내가 머문 숙소, 내가 갔던 장소들에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길 위의 소리와 냄새, 즐거움과 아픔이 다 들어 있었다.


잃어버렸던 물건 하나가

잊혔던 여행을 불러왔다.

여행길에 만났던 수많은 마법의 순간처럼

오늘 내게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