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에서 마주한 나, 아직도 그 길 위에
prologue
이 글은 몇 해에 걸쳐 써온 기록이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여자 혼자 배낭 하나를 메고 1년 반 동안 인도, 네팔,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터키를 여행했다.
숙소를 구하려면 직접 돌아다니며 “방 있나요”를 물어야 했고,
길을 찾으려면 낡은 지도와 현지인의 손짓이 전부였다.
정보는 부족했지만, 대신 그 공백 속에 수많은 만남과 우연이 들어왔다.
그 불편함 속에서 나는 세상을, 사람을, 그리고 나 자신을 배웠다.
그 시절의 여행은 지금처럼 ‘정보의 소비’가 아니라,
몸으로 부딪치고, 낯선 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살아 있는 시간이었다.
해변과 카페, 게스트하우스와 버스에서의 그 짧은 인연들이 내 청춘을 가장 짙게 채색했다.
이 여행기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다.
‘그때의 나’를 건져 올려 ‘지금의 나’를 구하는 서사다.
30년의 시간차가 만들어낸 깊이, 그리고 이미 사라진 장소들을 한 세대의 기억으로 아카이브하려 한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지금, 그 느림의 시간 속에서 배운 ‘단순함과 집중’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이 책이 ‘과거의 여행기’가 아니라
‘지금의 삶을 환기하는 이야기’가 되길 바란다.
30년 전에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함께 수록해,
빛바랜 색감과 약간의 흔들림까지, 그때의 질감 그대로 남길 예정이다.
그 사진들은 단순한 삽화가 아니라,
사라진 여행의 시대를 증명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