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만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우리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하며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정작 나의 자녀와, 나의 배우자와 소통이 되지 않을 때, 커다란 벽이 생겨 더 이상 갈 수가 없는 길이 생긴 거 같이 어려울 때가 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서로 다른 의미의 대화를 나누게 되기도 한다. 더욱이 부정적인 감정이 격해져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고, 시간이 지난 후에야 후회하며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하면서 말이다.
소통(communication)은 긴 철자처럼, 때로는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한 건 아닐까?
‘communication’의 어원은 고대 라틴어에서 유래되었으며,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함께 나누고 연결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munis (라틴어): ‘의무, 선물, 부담’ → 서로에게 베푸는 공동체적 의미
municare: munis + -icare → 베풀다, 나누다
communicare: com- (함께) + municare → 함께 나누다, 공유하다
communicatio: communicare의 명사형 → 소통, 교류
communication: 영어로 전래 → 의사소통, 전달
이 단어의 본래 의미는 ‘함께 나누다’, ‘서로 베풀다’, ‘공유하다’이며, 이는 현대적인 ‘의사소통’이 상호 간의 연결과 나눔이라는 본질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 Harper, Douglas. Online Etymology Dictionary / Oxford English Dictionary / Merriam-Webster Dictionary / Cambridge Dictionary)
고대 로마 시대에는 ‘communicare’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공동체와 의미를 나누는 행위로 여겨졌고, 이 말은 종교적 의식(예: 성찬식)에서도 사용되며, 영적인 연결의 의미까지 담고 있었다.
이렇듯 오랜 시간을 거쳐 함께 나누고, 베풀며, 공유하는 의미로 소통이라는 단어가 형성되었으니, 그만큼 소통은 쉽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요즘 읽고 있는 김주환 작가의 『내면소통』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소통 능력은 건강한 ‘관계’를 맺는 능력이다. 건강한 관계의 핵심은 ‘존중’이다. 타인을 존중하는 능력이 소통 능력의 핵심인 것이다. 존중(respect)은 그래서 다시(re-) 보는(spect) 것이다.”
(김주환, 『내면소통』 중에서)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무심코 던진 부정적인 말들이 되돌아와 또 다른 부정을 낳기도 한다. 그렇게 쌓여버린 말들은 마음에 작은 흠집을 내고, 그 흠집은 어느 순간 상처가 되어 관계를 아프게 만들기도 한다.
나 또한, 가장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여러 부정의 말들을 쏟아낸 적이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가 많았던 날이었는지, 마음이 지쳐 있었는지, 이유가 어떻게 되었든 잠시후에는 늘 뒤늦은 후회가 밀려온다.
그러고 나면, 문득 막혀 있는 길 위에 나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누구와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외롭고 막막한 길 위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 한참을 망설이게 된다.
그럴 때마다 생각하게 된다.
소통이란 무엇일까. 관계란 무엇일까.
아마도 소통을 위한 첫걸음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 다음에야 비로소 이해가 따라올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나는 늘 그 순서를 반대로 생각했던 것 같다. 먼저 내가 존중받아야만 한다고, 그래야만 내가 인정받는 존재라고 느낄 수 있다고 믿어왔던 것 같다.
그래서 자꾸만 상대방에게서 존중과 이해를 바라기만 했고, 내 마음을 먼저 내어 보이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쩌면, 소통이란 그렇게 거창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조금 더 기다려 주고, 한 걸음 먼저 다가가고, 내 말보다 상대의 말을 먼저 들어주는 일.
그 단순하고 조용한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이 소통의 본질인지도 모르겠다.
타인과의 소통은 쉽지 않다. 하지만 조금씩 내가 변하다면, ‘그리 어렵지도 않은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
- communication
the process by which messages or information are sent from one place or person to another, or the message itself (출처: Cambridge Dictionary)
- communication
the activity or process of giving information to other people or other living things using words, sounds, signs, or behaviors (출처: Oxford Learner’s Diction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