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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A Jan 02. 2023

ep.1 불만족스러운 하루가 불안한 사람

<헤헤우소>



"첫 손님은 언니야. 언니는 무슨 고민이 있어?"

"매번 건강하게, 더 성실하게 살기 위해 많은 정보를 얻고 계획을 세우려고 해. 하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건 몇 안 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게 돼.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불만족스러운 하루를 산다는 느낌이 들면 불안해져. 이건 어떻게 할까?"

"홀리.. 난이도가 꽤 있네."



 사실 가장 궁금한 게, 불만족스러운 하루와 불안감의 연관성이기는 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불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 아, 물론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는 사람도 있기야 하겠지만, 그게 매일이 되기는 조금 어렵다고 봐. 당장 나부터도 이번 주 내내 마음에 들지 않았어.


 그런데 나의 결과물들이 '불안함'을 가지고 오지는 않았어. 사실, 나는 대출도 알아봐야 하고, 이직 준비도 시작해야 해. 반년을 미룬 다이어트도 이제는 정말 해야 할 때야. 더 큰 사이즈의 옷을 사는 게 너무 아깝거든. 셋 중 급하지 않은 건 없는데, 왜 언니는 급하고 나는 여유로울까?


 나는 저걸 내일, 다음 주, 다음 달로 미룬다고 해서 내가 '실패했다'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드는 것 같아. 시작하지 않은 것과 실패한 것은 다르다고 보거든. '실패'는 결과값인데, 미루고 있는 건 아직 데이터가 없는 거잖아. 오픈 일정이 미뤄지는 가게와,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폐업 신고 한 가게는 다르달까?




 핑계는 나에게 관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구실이야. 물론 남에게 실수해 놓고서 핑계를 대면 안 되겠지만, 언니는 언니를 정서적으로 용인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핑계를 제공해 주는 거잖아. 사실, 언니가 목표하는 것들을 당장 이루지 않아도 언니 주변 또는 언니에게 당장 피해가 가는 일은 하나도 없어. 내가 봤을 때는 그렇더라고.


 내가 너무 태연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언니는 필요 이상으로 채찍질을 해. 혼날 일 아닌데 혼내고 있는 것 같아. 밥만 잘 챙겨먹으라고 해서 꼬박꼬박 잘 먹었더니, 다른 사람들은 더 나아가 한식 자격증도 따고, 고급 한식당까지 차렸다더라, 돈 많이 번다더라.. 하면서 스스로 멈춰있는 사람이라는 강박을 주입하는 듯해.


 원동력을 위한 자극은 스스로를 달리게 만드는 역할이지. 본인의 무력감을 되새기고, 아파하고, 얼마나 바닥인지 증명하고자 헐벗는 게 아니잖아.

언니가 하고자 하는 목표들을 이뤄냈을 때 성취감을 얻는 구조가 건강한 거야. 시작도 안 한 일을 대뜸 미뤄 버렸다며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해. 불운한 하루를 사는 나에 함몰되지 않았으면 해. 누가 무서워서 계획 세우겠어요?

실패하지도 않았으면서 왜 실패한 사람보다 더 큰 두려움을 안고 있는거야? 아니다, 오히려 실패하지 않아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 걸까? 그러면 우리 큰 실패를 해 보자. 그리고 이렇게 살면 패배자가 되는구나 배워 보자.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는 남들보다 이게 부족한 걸 인정해, 나는 그걸 못하는 걸 인정해, 그래서 나는 불안하고, 제발 나를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내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해 줬으면 좋겠어! 라고 말한다 한들 아무 효과 없을 거야. 왜냐하면 그건 언니가 언니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로 들리거든.


 언니, 제발 우리 언니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해 주면 안 될까? 우리 언니는 실패한 적도 없고, 불운한 적도 없어. 남들보다 잘난 조건은 없지만, 뒤처지는 조건은 정말 단 한 개도 없어.

오늘 하루 중 만족스러운 일이 정말 한 개도 없었어? 갑자기 나랑 만나서 놀게 된 일, 치킨을 먹기로 한 일, 내가 언니 응원을 듣고 큰 결정을 내린 일 등등. 언니한테 보잘 것 없는 요소들인 걸까?


 스스로 인정하기 힘들다 한들, 그걸 '불만족'으로 이어가지 않았으면 해. 만족의 반댓말은 불만족이 아니라, 만족하지 않음이야. 불만족의 반대는 만족이 아니라 불만이 없음이고. 우리는 모두 만족하지 않고, 불만 없는 하루를 보내잖아. 나는 오늘 회사에서 매우 불만족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언니를 만나서 닭발을 먹기로 한 지금 꽤나 만족스러운 하루가 될 거라고 기대가 돼.






 언니, 오늘 나를 만나겠다고 약속을 잡음으로써 미루게 된 일이 있었어? 그렇다면, 그 일에게는 내가 대신 사과할게. 얘, 하루의 숙제야, 너를 만나는 것보다 나를 만나서 노는 게 언니의 행복에 큰 역할을 한다더라. 언니를 위해 오늘의 치열함은 자리를 좀 비켜주는 게 어떻니. 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렴. 언니의 시간은 다음 주에 다시 돌려줄게. 뭐, 니가 정 필요했다면 언니가 나랑 놀자고 했겠니? 우리 언니는 항상 현명한 판단을 하는 사람이야.


 오늘의 계획이 알겠대. 그래도 괜찮대. 대신, 다음 주에는 자기를 꼭 만나 달래. 내가 잘 설명했더니, 언니도 오늘만큼은 맘 편히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으면 한대. 다른 사람에게 가지 않고 언니가 자기를 만나러 올 때까지 기다리겠대. 그때 만나면 만족스러운 하루를 만들어 주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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