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여름 사이 그 어딘가에서
저번주엔 4월의 눈을 맞으며
청명이라는 말도 이젠 옛말이 되었구나 싶었는데,
곡우로부터 이틀이 지난 오늘 반가운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져 한 주마다의 날씨가 이리 급변하는데도
24 절기라는 조상들의 지혜가 아주 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참 신기한 것 같습니다.
사계를 나타내는 24 절기의 힘을 경험해서일까요?
저는 얼굴도 모르는, 제 글을 스쳐 읽을 여러분들의 사계를 한 번 떠올리게 됩니다.
무슨 날씨를 가장 좋아하시나요?
연둣빛 새싹과 꽃내음이 흔들리는 봄,
춤을 추는 아지랑이 속 피어나는 열정을 사랑하게 되는 여름일까요?
감성적으로 무언가를 적어 내리게 되는 쌀쌀한 가을과
흰 눈이 소복이 덮여 순간적으로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겨울일까요.
아마 제가 떠올리는 사계와는 다른, 자신만의 사계절을 떠올리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게 퍽 좋습니다.
모두 같은 것을 경험하지만 각자의 추억과 기억이 다르고,
그 속에 만들어지는 가치도 결국 각양각색이 되니까요.
볼이 아릴 정도로 추운보 겨울에도 겨울만의 따스함이 있고,
머리가 익을 정도의 더운 여름 속에서도 여름만의 시원함이 있을 테죠.
겨울만의 저릿한 추위와, 여름만의 질척한 더위를 안고 살아가실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 모든 경험들이 보석같이 찬란하다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상황을 아는 당신만이 추억하고 껴안을 수 있는 그런,
자신만의 소중한 보석.
그게 어떤 추억이든 간에 그 기억은 분명히 여러분께 성장의 지양분이 되어줬을 테니까요.
저의 경우에는 여름을 가장 사랑합니다.
요즘 유난히 더워져서 더는 여름을 사랑한다 말할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요.
그 더운 여름 하드바를 핥아먹으며 걸어가던 내 모습과
한 손엔 흘러내린 아이스크림으로 끈적거리던 오른손.
잡은 왼손을 놓지 않으시던 어머니와
앞서 가며 그림자를 만들어주시던 아버지,
반대편엔 자긴 벌써 다 먹었다며 자랑하던 동생의 모습이
괜스레 생각나거든요.
그래서 그 작열하는 태양이 괜히 좋습니다.
제겐 여름이 편안한 가족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조금 힘에 부칠 때마다 일부러 태양 빛을 받으러 나가곤 해요.
더위에 땀방울이 흐르더라도 그 기억이 생생해져 웃게 되더라구요.
여러분은 어떤 계절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시나요?
그 계절이 여러분께 끝나지 않을 배터리가 되길 바라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