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일하는데 왜 돈 안 받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질문
우프코리아가 한국에 처음 만들어졌던 1990년대 말, 아니 그뒤에도 오랜동안 우프에 대해 설명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농장에서 일을하는데 왜 돈을 안받아?"
많은 한국 사람들의 인식이 그러했기에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외국인만 우퍼로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내국인들의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좋은 활동을 미처 몰랐어요."
"외국에만 있는 활동인줄 알았는데 한국에도 있다니 너무 좋아요."
"직장을 그만두고 우프를 마음껏 해보고 싶어요."
"제 인생의 버컷리스트 중에 하나예요."
십수 년 전과 너무나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을 접하면서 드디어 '이런 시대가 왔구나' 하며 혼자 감격했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예전과 달라진 우프에 대한 인식을 얘기하곤 했다.
물론 생각만큼 내국인 우퍼 수가 급증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여가 문화가 자리잡지 못해 사람들이 충분한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분명 우프 활동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한 우퍼가 국내와 해외 우프 활동에 대해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얘기해 주었다. 그런데 어떤 분께서 말씀하셨다.
"요즘 농장에서 일하면 10만원을 넘게 버는데 왜 돈도 안 받고 우프를 하는지 이해가 안 돼요."
그 얘길 듣자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며 한대 맞은 듯했다.
'아! 20년 전부터 늘상 듣던 그 질문....'
다행히 우퍼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농촌에 관심이 많아 실제 농촌살이를 경험해보고 싶은데 연고도 없고 소개받을 사람도 없었어요.
그런데 우프가 그런 기회를 제공하니 나로서는 너무나 고마운 활동입니다.
오히려 아무런 농업 경험이 없는 나를 호스트님들께서 받아주시는것에 대해 죄송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러자 그 질문을 했던 분은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고 주변에 있던 다른 분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퍼도 "사실 자기도 우프를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그런 얘길 많이 듣는다"고 했다. 순간 그 우퍼가 그동안 느꼈을 고충에 대한 연민이 들기도 했디.
모임 자리를 마무리 하고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그 질문이 왜 아직도 일까? 어떻게 우프를 10만원 노동과 비교할수 있지?'
속이 상하기도 하고 기운이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 질문은 당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시각에서 보면 우프는 공짜 노동일수도 있다.
요즘같이 농촌의 일손이 귀한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게 느낄수 있겠다. 농촌에 대한 관심 그리고 의지 여부에 따라 우프 활동에 대한 생각은 크게 다를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나는 우프를 좋아하고 지지하는 사람들 속에 푹 빠져 지냈기에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읽지 못했구나!'
특별한 경험과 인생 버팀목이 되었다는 우퍼들
하지만 우퍼들은 한결같이 "내 인생에 특별한 경험과 커다란 버팀목이 되었다"라고 말씀하신다.
우프는 호스트님들의 삶의 철학과 경험을 온전히 엿볼수 있는 기회이자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만나 함께 생활하며 배우고 느끼며 성장하는 기회이다.
"농장에서 일을 하는데 왜 돈을 안 받아?"
어쩌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질문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다. 조급해 하지 않고 그 질문에 언제나 자신있게 답을 하는 우퍼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나는 내 역할을 해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