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의 행복한 글쓰기
학생들 대상으로 강의를 하다 보면, 자신의 아버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례를 많이 듣는다. 그중에서 정년이 되셔서 은퇴한 분들도 있고, 대기업 임원까지 하셨다가 중도 은퇴해서 지금은 잠시 쉼을 하는 분도 많다. 은퇴하신 분 중 빠르면 50대 중반이시다. 내 나이도 이제 40세가 된다. 직장인 기준으로는 얼마 남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진다. 내 주위 선배도 똑같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1년, 2년이라도 더 정년을 늦추고자 안정적인 회사와 직업을 찾고 있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현상인 거 같다. 나에게 안정적인 직업은 무엇일까?
나는 작은 IT 보안 컨설팅 업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대기업 계열사, 금융권까지 3개의 회사를 경험했다. 모든 회사에서 위기를 겪었다. 잘 다니던 회사가 적자로 인해 인원의 30%~40% 감축이 되었고, 금융권에서는 합병하면서 희망퇴직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부장님들의 불안한 모습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계속 고민하는 것을 보았다. 대기업 본부 실장님이 오전에 회의 갔다가 오후에 퇴사하는 모습도 보았고, 팀장님이 수시로 교체되는 것도 보았다. 여러 현상을 보면서 "세상에는 안정적인 직업은 없다."라고 자연스레 배운 거 같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기업이라도 속을 까보니 조직 생활은 모두 같았다. 누군가 올라가면 누군가는 없어져야 한다. 팀원끼리 같이 성장한다는 말은 큰 조직으로 갈수록 쉽게 말할 수 없다. 경쟁해서 올라가도, 언젠가는 조직 생활에서 나오면 다시 홀로 경쟁 사회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지금은 좋아하는 일에 더욱더 시간을 투자해서 "은퇴"라는 단어를 없애려고 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금전적 가치를 받을 수 있는 것이 한 개지만, 지금은 강사, 컨설턴트, 작가, 출판사 대표, 교육 기획/유통 등 여러 직업 안에서 가치를 받을 수 있는 것을 늘려가고 있다. 매년 하나씩 늘려가려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생각보다 빠른 성과가 나오지 않아 포기한 것도 많다. 그 실패 경험도 앞으로 내가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위안으로 삼고 있다. 내 인생에서 "제일 안정적인 직업"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큰 조직 생활에서 나와 제일 좋은 것은 내 미래 직업을 만드는데 시간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다. 큰 열매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계속 씨앗을 뿌리고, 자라지 못한 줄기는 하나씩 자르고, 영양분을 공급하면서 큰 나무로 자라는 것을 계속 지켜볼 수 있다. 내일은 오늘과 다르고, 내년은 이번 연도와는 또 다른 패턴의 삶을 살고 있다. 큰 조직에서 매일, 매년 반복되는 업무와는 확연히 다른 삶이다. 물론 이런 큰 변화에서는 불안함도 같이 오지만, 이것을 이겨내는 시간조차도 즐길 수 있다면 그게 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하고 안정적인 직업"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