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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속에서 춤추다

(4) 고통을 거름 삼아 피어난 꽃은 향기가 다르다

by 현덕

고려시대 무렵 일본에서도 무인들이 나라의 패권을 두고 크고 작은 전투가 끊이지 않았다

그 무렵 일본의 한 선사가 집권한 무인정권에 달갑지 않은 상소문을 올렸다가 투옥이 되었다

굶주림과 온갖 고문이 가해지던 그곳은 지옥이 바로 그곳에 있음을 말해주는 듯했다


* 사랑하는 형제여 그대에게는 약간의 고통이 필요하다

마치 정원의 꽃이 활짝 피게 하려면 약간의 지저분한 낙엽이 필요한 것처럼 * -붓다-


어느 날 스승의 안위가 걱정이 된 제자들이 그를 면회하기 위해 감옥에 들렀다

그들의 눈에 비친 스승의 모습은 그동안 그가 어떻게 취급받고 살았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흐느끼는 제자들에게 그는 오히려 제자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누더기를 거친 피골이 상접한 그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와 함께 초연한 듯 반짝이는 눈빛으로 말했다



"이곳은 나의 가장 이상적인 수행처이다

눈비를 가려줄 지붕이 있으며 죽지 않도록 음식도 주어지니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때때로 나의 나태를 일깨워주는 견책도 주어지니 나는 이곳에서 정말 그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소중한 공부를 하고 있다

지옥에서도 나름의 행복은 있다네..."


적어도 이 선사에게 지옥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길을 걷다 돌부리에 넘어져도 다음에 맨홀에 빠져 더 큰 화를 당하는 것을 방지해 주는 경고로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할 수 있는 이 모든 것은 다 우리들의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반쯤 남은 와인 잔을 두고 어떤 사람은 와인이 반잔밖에 남지 않았다고 낙담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와인이 아직도 반잔이나 남아 있다고 행복해하는 것처럼 어떤 상황을 대하는 우리들의 마음의 자세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인생최고의 순간을 경험해 본 적이 있냐고 묻는다면 우리들 중 과연 몇 사람이나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우리는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은 이런 식으로 쉽게 와 있거나 올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

지금은 아니지만 곧 내 앞에 찾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미래의 어느 순간에...



우리는 그런 믿음에 스스로를 달래면서 언젠가는 행복해지길 원한다

우리 앞에 펼쳐질 그 멋진 순간을 액자에 담아 걸어둔 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으면서 우리가 평생 불행하게 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이 깨어 있지 않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지난 20년 30년 삶이 그러했듯이...


우리는 그런 최고의 순간은 뭔가 엄청난 힘든 노력과 대가 없이는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부터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백기를 꽂아두었다

그리고 언젠가 나에게 찾아오게 될 그 꿈같은 장면을 상상만 하며 아껴놓은 채 지금의 현실을 스스로 학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낄 일이 아니다

아낄 이유가 하나도 없다

돈이나 재물처럼 다 쓰면 달아 없어지는 것이 전혀 아니다

쓰고 나면 무한히 다시 채워 넣을 수가 있는 것이다



내 주변에 무한정 넘처나고 있는 것을 그냥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담으면 되는 것이다

특별한 어떤 노력이나 능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마치 넘쳐흐르는 샘물에서 마음껏 물을 마셔도 새물이 다시 채워지듯이 우리들의 마음의 평화와 행복이라는 우리 삶의 가장 고귀한 옥수도 우리 주변에 항상 넘쳐흐르고 있지만 우리는 이것을 마시지 않고 그냥 흘려버리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행복을 나중으로 미룬다

하지만 지금 행복할 거라고 결심하지 않으면 나중에도 결코 행복은 오지 않는다

고통의 한가운데 우리가 있을 때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행복해지겠다고 마음을 돌리는 것이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결코 아니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고통을 승화시킬 수는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의식적인 자기 암시적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옥에서도 나름의 행복은 있다고 하지 않는가

긍정의 마음은 모든 것의 원인은 다 나 자신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자각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신을 넘어지게 만든 그 돌부리를 향해 화를 내보았자 지금의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손가락을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돌렸을 때 모든 원망과 미움과 고통이 시작된다

긍정의 마음은 자신의 내면을 바꾸어 마음의 행복과 평화를 이룰 수 있지만 반대로 외적인 현실을 우리가 바라고 생각한 대로 바꿀 수도 있다

긍정의 마음은 결국 나 자신의 행복은 물론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함으로써 전체적인 조화와 행복을 이룰 수 있는 우주적 에너지와 동조할 수 있다


결국 나를 둘러싼 내외적인 상황과 환경이 모두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뀜으로써 지금의 고통과 스트레스는 점차 사라지고 마음의 평화와 행복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는 순간 우리는 생생히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주변을 산책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 된다

왜냐하면 내 눈은 잘 보이고 내 다리는 튼튼하며 향기로운 꽃향기가 나를 반기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행복의 조건들이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에 대한 집착, 미래에 대한 불안 등 많은 생각과 걱정들로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린다

따라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고 그것이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긍정의 편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고자 노력을 한다면 우리는 자신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많은 조건들을 만날 것이다

그와 함께 끝없이 달리는 이 마음을 멈추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느끼며 누려야 한다



천국과 낙원이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있는데도 저 먼 곳 그 어딘가를 찾아 헤매며 이 세상을 떠나 저 세상에서 만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세상 이 생에서도 안식하지 못하고 고뇌하고 고통 속에 평생을 보냈는데 죽어서 다른 세상에서 천국과 낙원을 찾을 수 있을까

알아볼 수나 있을까


그곳에서도 영원히 옆에 두고도 다른 곳을 바라보며 헤매지는 않을까?

우리는 괴롭고 힘든 일이 생기면 지금 현재의 고통을 피해 과거나 미래로 도피하고 싶어 한다

과거에 있었던 즐거웠던 기억이나 추억 속에 잠시라도 숨어서 지금의 이 고통을 잊고 싶은데 자꾸 되돌아와 그 고통을 마주하라고 하니 당연히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신과 저항감이 생길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지금 이렇게 괴롭고 힘든데 이 순간에 행복할 수가 있다고?

천국과 낙원에 이르는 비밀의 문이 지금 현재 이 순간에 있다고?

피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와 지금 이 고통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마주하라는 이 말은 평범한 우리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도 힘들고도 어려운 무책임한 말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이 현실의 상황을 극복하고 찾고자 하는 마음의 안식과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집이 지금 현재 이 순간 속에 있음을 붓다와 예수를 비롯한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이 한결같이 설파해 왔다


지금 이 순간을 자각하고 깨어있다는 말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행한다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며 지켜본다는 뜻이다

촛불을 바라보고 있으면 보고 있는 행이 아니라 바라보는 나와 촛불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불타는 촛불이 됨으로써 지금 이 순간의 상황과 지금 이 순간에 가해지는 고통의 의미가 무엇인지, 왜 우리에게 이러한 고통과 시련이 올 수밖에 없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고통과 시련을 이해했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마음의 평화와 행복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유 없이 우리에게 고통과 시련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붓다는 다음과 같이 설파한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

그대는 말할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고통과 걱정이 내 안에 있는데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나요"



붓다는 말한다

"그렇다 약간의 고통과 슬픔 걱정이 그대 안에 있더라도 그대는 행복해질 수 있다

정원에는 지저분한 낙엽이 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꽃이 피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퇴비 만드는 방법을 안다면 그대는 그 낙엽들을 소중히 여길 것이다

왜냐하면 낙엽이 없다면 꽃에 영양분을 주는 퇴비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형제여 그대에게는 약간의 고통이 필요하다

마치 정원의 꽃이 활짝 피게 하려면 약간의 지저분한 낙엽이 필요한 것처럼..."


마음의 평화와 행복은 보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안다

그것은 고통을 긍정으로 해석하려는 노력과 함께 가능한 이야기이다

우리에게 고통이 찾아왔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내 안의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으라는 우주의 신호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차이는 바로 이 고통과 시련을 대하는 인식의 간극만큼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지난날 나에게 찾아온 모든 좌절과 고통의 순간 나에게 왜 이런 시련과 고통이 오게 됐는지 생각할 마음의 겨를이 없었다


오직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맞서왔다

그냥 순간순간 위기에서 벗어나보고자 안간힘만 쏟아부을 뿐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되더라도 일시적일 뿐이었다

그냥 무너져 내려 오는 둑을 막는데만 정신이 팔린 채 왜 이 둑이 무너지게 됐는지 그 이면에 작용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생각할 만큼의 마음의 여유와 지혜를 갖지를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그냥 타고난 운명이 이것밖에 안된다는 자괴감에 빠져 들곤 했다

그렇게 숱한 시행착오와 고통을 겪은 후 뒤늦게 깨닫게 된 사실이 바로 고통에 대한 긍정적인 해석이었다

그동안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라는 현인들의 숱한 가르침을 듣고 배워왔지만 실재적으로 이러한 가르침이 내 몸과 마음속에 크게 와닫지는 못했다



그러한 가르침이 절실하게 내 것이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어떤 계기가 오지 않으면 힘든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시절인연도 평소에 긍정에 이르려는 의식적인 노력 없이는 나에게 오지 않는다

고통을 통해 자신의 잘못된 습관이나 언행은 물론 마음속 깊이 내재되어 있는 부정적인 생각과 의식을 바로잡았을 때 모든 일들이 물 흐르듯이 풀려나간다는 것은 확실하다


오히려 힘들고 어려운 현실에 맞닥뜨렸을 때 이를 악물며 저항하며 맞서나가려 애쓰기보다는 오히려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이러한 상황이 올 수밖에 없었던 근본 원인을 외적인 요인에서만 찾기보다는 내적인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먼저 생각했을 때 더 빠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얻은 고통의 대가는 향기로울 것이며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나의 재산이 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고통을 거름 삼아 꽃을 피워내는 긍정의 꽃밭에서 우리는 마음의 평화와 행복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며 언젠가는 대우주의 의식과 공명하는 영원한 안식 속에 함께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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