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세월이 흐르는가 내가 흘러가는가
"지금까지 삶에서 힘든 상황을 겪을 때마다 그것이 끝인 양 괴로워하고 좌절했던 경험이 참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와 헤어지게 되었을 때, 시험이나 취업에 낙방하게 되었을 때, 하려고 했던 것이 실패했을 때, 참 다양한 상황에서 그것이 끝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매번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살아 있고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제가 끝이라고 생각했던 그 모든 것들은 단지 지금을 살아오기 위한 과정일 뿐이었더군요"
-어느 블로그에 올라온 평범한 글-
지금까지 인류의 수많은 스승들이 한결같이 설파해 온 '지금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는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한 번쯤은 마음속 깊이 그 의미를 되새겨볼 만한 화두가 아닐까 싶다
또한 이것은 지금 이 글을 써오면서 필자가 줄곧 언급해 온 주제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금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한다는 의미는 곧 과거의 상처와 고통으로부터 벗어남은 물론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부터 해방되어 지금을 살아갈 마음의 힘과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는 '시간이 흘러간다'는 착각과 삶의 유한함에서 오는 허무감으로부터 벗어나 영원이라는 안식의 집에서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이 말속에 숨겨진 시간에 대한 놀라운 비밀을 함께 풀어가 보도록 하자
우리가 시간이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들이 경험하고 느끼는 ‘흐름’ 또는 ‘변화’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해가 뜨고 진다거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변회는 것을 보고 우리는 시간이 흐른다고 느낀다
하지만 시간은 그 자체가 손에 잡을 수도, 눈으로 볼 수도 없는 변화를 설명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시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변화를 느끼면서 만들어낸 착각에 불과하다
시간은 단순히 ‘흐르는 것’처럼 보일 뿐 태초의 어느 한 시점에서 시작해서 미래의 어느 시점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과거. 현재. 미래는 우리들의 관념상 이미 지나간 것과 아직 오지 않은 좌표상의 구분일 뿐이다
이론상 우리는 지금 현재로부터 과거로 갈 수도 있고 미래로도 갈 수가 있다
과학자들은 실제로 이 순간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먼 행성에서는 몇백 년의 과거나 혹은 미래의 일들이 지금 현재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구와 먼 행성 간의 상대적 거리는 과거와 미래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시간은 우리들이 느끼는 기분에 따라 하루가 1년 같을 수도, 1년이 하루처럼 지나가버릴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들 스스로 자기 자신만의 시간을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기차에서 느끼는 속도감과 마주 보며 달리는 기차에서 느끼는 속도감은 다르다
정밀한 시계로 측정해 보면 높은 곳에서는 시간이 더 빨리 흐르고 낮은 곳에서는 그 반대다
시계 하나를 책상 위에 두고 시간을 측정해 보면 바닥에 놓아둔 시계의 시간이 덜 흐른다
이는 시간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질량에 따라, 또는 주관적인 느낌에 따라 빠르거나 늦거나 하기 때문이다
뉴턴 이후의 고전물리학에서는 시간은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기 때문에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한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또한 시간이란 범우주적으로 균일하게 고정되어 있어서 지구에서의 1초는 우주 전역에 걸쳐 똑같이 1초라고 생각했다
시간의 이러한 고정된 개념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의 발견과 양자론의 대두로 곧바로 수정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다음은 이탈리아 출생의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 '카를로 레벨리'박사가 쓴 그의 저서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에 서술된 시간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을 함께 공유해보려 한다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지금 현재 전우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절대적으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한다
즉,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는 우주의 모든 일들이 하나의 현재를 또 다른 현재가 뒤따르듯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에 따르면 하나의 사건 사이에 전개되고 있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 있는 ‘지금 현재 이 순간’에는 우리들이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시간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시간과 한 짝을 이루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아닌 시간대로 어떤 특정한 시간이 아닌 순간순간의 일들만이 일어나고 있는 시간대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이해할 수 없는 ‘혼재된 시간대’의 지속시간은 겨우 몇 나노초정도의 너무도 짧은 순간이어서 우리들이 거의 느낄 수도 없어서 거의 없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리고 이 연장된 현재인 이 중간지대의 시간은 거리에 따라 그 지속시간이 달라진다
지구에서의 시점으로 볼 때 이 ‘혼재된 시간대’의 지속시간은 화성에서는 15분, 멀리 떨어진 은하계에서는 몇백 년이나 된다고 한다
이것은 지금 현재 이 순간 지구에서 볼 때 화성에서의 15분, 먼 은하계에서의 몇백 년 동안은 이미 일어난 사건들도 있고 앞으로 미래에 일어날 사건들도 있지만 우리들에게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는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지구에서 바라보았을 때의 일일 뿐, 그곳에서는 오직 ‘지금 현재 이 순간’ 일들의 연속일 뿐이다
즉, 우주에 있는 두 사건 사이에는 전과 후가 언제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우리의 시간관념으로 전우주의 역사를 쓴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주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객관적인 절대적 시간으로 기록할 수가 없으며 유일한 실재는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 전체가 둘둘 말아져 있는 ‘지금 이 순간’들의 집합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아인슈타인이 주장한 상대성원리에 따라 지금껏 우리들이 생각했던 시간의 고정되고 보편적인 상식이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와 함께 이번에는 1900년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프랑크에 의해 제기된 양자론에 의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싹트게 되었다
막스 프랑크는 에너지가 뉴턴 이래의 고전물리학자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균일하고 연속적이지 않고 작은 양자 즉, ‘quanta’로 이루어져 있다는 양자가설을 주장했다
물질과 비물질, 정신과 물질의 경계 같은 이 양자의 세계는 1925년에 이르러 에르딘 슈뢰딩거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를 필두로 한 물리학자들이 양자역학의 체계를 확립하면서 원자의 구조가 지금까지 우리들이 배워온 것과는 매우 다른 형태로 이루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양자란 우리가 물질을 가장 최소 단위로 쪼개어 보았을 때 볼 수 있는 극미의 미시세계를 말한다
이 물질의 최소단위가 원자인데 이 원자를 또 쪼개다 보면 전자, 양성자, 중성자로 구성되었음을 알 수가 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양자상태에 있는 전자는 입자인 동시에 파동적인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즉, 우리가 눈으로 관측할 수 있는 물질의 입자성과 동시에 눈으로 볼 수 없는 에너지의 세계 즉, 진동과 파동성을 이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가장 최소단위인 미시세계는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곧 우리들이 보고 만질 수 있는 현실세계와 그 이면에 작용하고 있는 의식의 영역까지 확장되는 정말 엄청난 물리학적 사건이 태동한 것이다
양자의 특성상 양자는 보이지 않는 파동인 동시에 보이는 입자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전자도 파동으로 존재하다가 인간의 생각이나 의식과 같은 어떤 상황과 조건이 주어지면 순간적으로 입자화되어서 구체적인 현실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파동의 형태에서 구체적인 형태를 가진 입자로 나타나기 위한 전자의 특정한 위치나 속도를 우리가 예측할 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예측불가능한 불확정성 원리를 따른다는 것이다
이는 곧 우주자체가 예측불가능한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라는 것을 암시한다
양자의 세계는 우리들의 상식과 상상의 한계를 벗어난 미지의 세계로 ‘신의 영역’과 통하는 세계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원리에 따르면 전자는 그 위치나 속도를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가 없다
전자는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른 장소에 갑자기 나타날 수가 있으며 하나의 전자가 여러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다
우주공간에서는 두 개의 태양계가 서로 충돌하면 모든 질서가 무너지면서 행성들은 머나먼 우주로 흩어질 것이다
그러나 두 개의 원자가 충돌하면 안정적인 분자를 형성하기 위해 전자를 공유하면서 어떤 형태의 틀이 유지될 수 있게 된다
이는 두 개의 원자를 연결하는 공과 같은 것으로서 한 원자와 주변의 다른 원자의 경계부근에서 전자는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하면서 결합상태를 유지해 준다
우리가 지금의 형태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여러 곳에 존재하는 이러한 전자의 덕분이다
그렇다면 파동으로서 이렇게 무질서하고 예측불가능한 상태로 진동하고 있는 전자가 어떻게 입자화되어서 우리들이 생각하고 바라는 어떤 형태와 사건들로 시간과 공간을 창조하여 현실화를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일까
‘카롤로 레벨리’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양자의 세계는 우리가 익숙한 세계와는 많이 다르다
세계를 이루고 있는 공간은 더 이상 없고 사건들이 그것에 따라 발생하는 시간도 더 이상 없다
공간의 양자들이 스스로를 특정지 우고 있는 성질인 물질과 에너지, 입자와 파동, 현상계와 정신계 사이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펼쳐지는 과정만이 존재할 뿐이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흐르는 시간이라는 느낌은 오직 거시적 차원의 규모에서만 유효한 근사치일 뿐이다”
우주의 모든 사건들의 집합 즉, 현실은 순간순간의 사건과 상황만이 전개되는 과정일 뿐이며 우리들이 생각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과정을 뭉쳐서 순서를 매겨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으로 엮어지는 듯한 현실을 만들지만 시간의 본질은 ‘지금 이 순간순간’의 과정이다
현실세계의 모든 것은 과정가운데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카를로박사는 이것을 일렁이는 파도 하나하나가 모여 멀리서 바라볼 때 호수전체에 반짝이며 물결치는 호수를 바라보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사실 파도 하나하나는 물 위를 움직여가지만 물 한 방울도 다른 곳으로 나르지 못한다
각 시간은 파도 하나하나처럼 순간적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만들고 사라지지만 전체인 파도에 어울려 호수전체의 파도처럼 흐르는 것같이 보일 뿐이다
조그만 웅덩이에 돌을 던지면 파문은 일지만 그곳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은 다른 쪽으로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에너지만 전달될 뿐 파도는 호수가로 계속해서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할 뿐이다
모든 것은 잠깐잠깐 순간순간 사건들의 흐름이요 과정일 뿐, 파도가 계속 밀려 해변가로 물결쳐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순간순간의 과정만 있을 뿐 과거 현재 미래라는 한쪽 방향에서 다른 쪽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오직 순간적인 생멸의 과정만 반복될 뿐이다
서기 400년경에 성 오거스틴은 시간의 역설적인 특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어 놓았다
“과거는 이미 흘러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과거와 미래가 존재할 수가 있는가?
현재가 과거로 이동하지 않고 항상 현재에 머문다면 시간은 사라지고 영원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시간은 환상이다
꿈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오직 순간만이 계속될 뿐이며 지금 이 순간만이 유일한 참이다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그 결과에 감사하고 누리고 느꼈을 때 우리는 영원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